다시 쓰는 줄 알았는데, 계속 쓰고 있었다
관심을 받으며 자라났다. 그 안에서 나의 아이도 태어나고 나도 성장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그게 ‘글쓰기’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후기와 리뷰는 분명 나의 경험을 글로 쓰는 일이었지만, 사진이 중심에 있다 보니 나는 그걸 '글쓰기'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경험’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했던 것 같다.
여긴 뭐가 맛있었고, 여긴 이 메뉴가 있다.
맛집이네. 그런데 좀 더 둘러보니 조롱박이 걸려 있고, 발도 쳐져 있어서 술이 술술 들어갈 분위기의 술집이었다.
쓱— 스치듯 써내려간 글에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떠났고, 덕분에 맛집을 찾았다며 좋아했다.
모든 독자가 애정을 가진 건 아니었다.
맵기가 강렬해서 나는 혀가 아렸던 매운맛집을, 누군가는 이게 뭐가 맵냐며 비웃었다.
의견 창구 같았던 나의 블로그는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자라났다. 그 안에서 나의 아이도 태어나고 나도 성장했다.
그렇게 나와 아이와 함께 자라 나의 블로그는 벌써 13살이 되었다.
처음엔 300자도 어려웠던 후기 글이 이젠 2천자, 3천자쯤은 거뜬했다.
이제는 내가 직접 부딪히며 써내려가는, 육아 블로그가 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표식처럼 '육아인플루언서' 타이틀도 달았다.
나의 글은 유모차도 주었고, 카시트도 주었다.
아이의 기저귀와 물티슈 같은 생필품도 아낌없이 들어왔다.
나의 글은 제품의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담았고, 누군가는 공감했으며 누군가는 구매를 했다.
안경점 리뷰를 하러 갔을 때였다.
사장님 혼자 조용히 안경을 닦고 계셨는데
“블로그 체험으로 왔습니다” 하자,
“네, 사진 찍으세요.” 하셨다.
나는 몇 컷을 찍은 뒤 수첩을 꺼내 들었다.
“안경점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른 가게보다 더 좋은 점이요.”
사장님은 잠시 당황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런 거 물으시는 분은… 처음이에요.”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나는 안경을 하나 맞추고 갔다.
원래 약속된 건 안경테였지만, 안경알은 서비스로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기는 지역 검색 상단에 올랐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블로그를 할 때도 사진보다는 글에 더 마음을 두고 있었다.
‘어떤 걸 담아내야 찐일까?’
‘진심은 어떻게 꺼내야 하나?’
그 진심을 담을 때마다 글은 반응을 했고,
그 진심이 빠질 때, 내 글은 외면받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나는 이미 10년째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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