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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Apr 06. 2017

꿈 이야기를 해보죠

초등학생 때였을 거예요. 이상하게 요상한 꿈을 여러 번이나 반복해서 꾸던 때가 있었어요. 오늘은 그 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하나는


어느 작은 뒷동산에 있는 벤치에 내가 앉아 있어요.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주선이, 그니까 우리가 U.F.O 하면 떠올리는 그 전형적인 우주선이 내가 앉아 있는 벤치 위에 떠 있어요. 뭔가 '두둥실' 하는 듯한 요상한 바운스로 움직이면서 말이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우주선이 내 머리 위로 껌을 뱉어요. 무슨 우박 떨어지듯이 '우수수'. 요상한 우주선의 껌을 맞는 내 모습을, 또 다른 내가 쳐다봅니다. 그러면 꿈은 끝이 납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생 때 꿈만 꿨다 하면 '우주선 껌' 꿈을 꿨답니다. 


또 하나는


동그랗게 생긴 어떤 얼굴이 점점 확대되면서 커지는 거예요. 눈도 동글, 코도 동글, 입도 동글. 온통 동그랗게 생긴 얼굴, 그러다가 너무 커져서 물체에 가까워져버린, 그것이 점점 커지면서 내 꿈의 공간을 모조리 차지해버리는. 그래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벌떡 깨버리는 그런 꿈이요. 잠들기 전에 왠지 오늘은 이 꿈을 꿀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이 꿈을 꿨어요. 예를 들어 한 연예인이 자살을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이 꿈을 꿉니다. 무서운 영화를 본 날, 그러니까 엑소시스트 같은 거. 그런 걸 보는 날에도 어김없이 동글이가 찾아오죠. 뭐.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꾸지 않았지만.


그러고 보면 이맘때쯤 나이에 몽유병 비슷한 걸 겪곤 했어요. 어느 날 밤에 갑자기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가 들어온 걸 엄마가 본 거죠. 물론 저는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만. 게다가 밤에 자다가 갑자기 학교 수예부(학교 특별활동이 수예부였습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때인 것 같군요.) 에 가야 한다고 헛소리를 하는 탓에 엄마가 깜짝 놀랐다고 하죠. 그 말을 꺼낸 건 전혀 기억에 없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가 나를 토닥토닥 거리고 있었어요.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맘때쯤 주기적으로 두통도 찾아왔어요. 어린이용 타이레놀을 달고 살았죠. (묘한 딸기맛이 아직도 생각나는군요.) 몽유병도 그렇고, 두통도 그렇고. 엄마는 뭔가 이상이 있는 건가 싶어서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가 MRI도 찍고, 뇌파 검사도 했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 다른 사람들보다 뇌혈관이 많지만 이상은 없다는 게 결론이었죠. 지금도 여전히 두통은 달고 살지만, 다행히 몽유병도, 요상한 꿈들도 어린 시절의 '꿈'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또 찾아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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