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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Feb 28. 2018

도라에몽, 아 도라에몽!

만화책 즐겨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본 만화책이 손에 꼽는다. (어렸을 때 최애 책이었던 뚱딴지, 밤토리, 팔방이, 꾸러기 등의 학습만화는 제외.)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도라에몽>과 <짱구는 못말려>, 너무 예쁜 그림체가 맘에 들어서 봤던 <궁>, 그리고 TV 만화처럼 밝고 재밌는 분위기인 줄 알고 샀다가 중도 포기했던 <포켓몬스터> 정도. (포켓몬스터 만화책은 정말이지 이야기가 어둡고 음산하다. 어린 애들이 볼 만한 만화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보면 재밌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초딩 때까지만 하더라도 동네에 만화책,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다. 그러면 늘 짱구와 도라에몽을 몇 권씩 빌려왔다. 방바닥에 누워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금세 다 본 만화책이 한쪽에 쌓여갔다. 더 보고 싶은데 빌려온 만화책은 점점 떨어져 가고…. 만화책을 보면서도 읽을 게 사라져 아쉬워하던 게 아직도 생각이 난다.


지금도 가끔 만화 카페에 가서 도라에몽을 본다. 하지만 눈이 초롱초롱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만화책에 집중이 잘 안 된다. 에피소드 한두 개 보다가 산만해져서 괜히 옆에서 재밌게 만화책 보는 사람을 방해하고는 한다. 왜 그런고 생각해보니, 너무 유치하게 느껴져서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도라에몽이 주머니에서 꺼내는 아이템이 그럴싸해 보이고, 괜히 나까지 설레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머리가 커져서인지 "이게 뭐야? 말이 안 되잖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도라에몽이 불쌍한 것이다. 공부도 못 하고, 맨날 퉁퉁이와 비실이한테 놀림 받고, 이슬이를 짝사랑하는 진구가 불쌍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진구는 거의 둘리급의 민폐 캐릭터다. (도라에몽 괴롭히는 장면도 적지 않게 보이고 ㅠㅠ 불쌍한 도라에몽)


                                               (너무 하잖아, 진구야. 도라에몽 얼굴 좀 보라고)


아, 이렇게 꼰대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렸을 때 보던 만화를 더는 못 보겠다. 그때 느낀 감정을 하나도 느낄 수가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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