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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Jun 30. 2018

너와 나의 연결고리


어제는 친척 언니랑 급 약속을 잡고 성수동에서 만났다. 시원하게 맥주로 목을 축이고, 2차로 LP바에 음악을 들으러 갔다. LP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스피커에서 지직, 타닥 하는 소리가 나는 LP를 듣고 있자니 절로 몸이 움직였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긴 시간 동안 노래를 들었던 게 언제였는지. 요즘엔 이런 여유를 많이 잊고 지냈구나 싶었다.


어릴 때부터 두 집이 가까웠던 터라, 친척 언니와 사이가 가까웠다.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 큰 집에 가면 언니와 함께 노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는 왜 이렇게 언니가 크게 느껴졌는지. 언니를 따라다니며 모든 걸 다  따라하며 놀곤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뭐 어쩌면 당연하게도 언니와 사이가 서먹해졌다. 중학교 들어 사춘기를 겪고, 부모님의 불화로 어린 나이에 온갖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던 그때는 그냥 가족과 관련된 모든 것이 싫었다. 부모님이 한바탕 심각하게 싸웠던 날, 울며불며 큰엄마한테 전화해서 우리 집에 오셨던 그 밤을 잊지 못한다. 그 이후에는 더더욱 서먹해졌다. 친척 집에 가도 말없이 앉아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 마음 붙일 사람도 없고…. 그땐 그랬다.


그렇게 서먹한 상태로 10년 정도를 지내왔는데, 몇 년 전부터 언니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에서 어느 정도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면서 언니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언니는 나랑 음악이나 다른 취향 같은 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멀게 느껴졌다고 얘기했다. 10년간의 단절 아닌 단절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나이가 된 지금, 언니와 대화를 나누며 같은 취향을 공유했다. 원래 그렇잖은가. 좋아하는 노래 취향이 비슷하면, 상대가 누구래도 어마어마한 호감이 생기는 거. 


어제 LP바에서 이것저것 노래를 신청하는데, 언니의 취향도 올드 패션드다. 이선희며, 김광석이며, 유재하며, 토이와 김형중까지. 같은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노래를 들으니 그간 알게 모르게 서로를 오해했던 모든 것이 음악 하나에 사르르 풀리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좀 더 일찍 다시 연락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점점 회한만 늘어가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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