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LAXY IN EUROPE Aug 15. 2023

8월 15일 열다섯 번째 날

변덕은 왜 죽 끓듯 하는 걸까?

아침: 토스트(1조각)+씨리얼(우유)+커피

점심: 비빔국수+계란말이

저녁: 버섯베이컨크림파스타

오늘은 요리를 했습니다. 원하는 만큼 바삭하게 구워 원하는 것 - 버터, 땅콩버터, 잼 중에서 - 을 발라 먹는 것도 입맛에 맞춰 만들기에 일종의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녁에 먹은 버섯베이컨크림파스타는 제가 가장 잘하는 요리 중 하나이고요.

Photo by Conscious Design on Unsplash (저 아니에요^^)

저는 요리를 제법 잘하는 편입니다. 스스로를 '기미상궁'이라 부를 정도로 간 맞추는 것도 자신 있고, 맛뿐 아니라 질감에도 민감해서 밥의 질고 된 정도, 파스타나 라면 면발의 익힌 정도도 딱딱 맞춰 요리합니다. 맛의 궁합도 중요하기에, 두 가지 이상의 요리가 서로 어울리는 한 상 차려내기도 자신 있고요. 남은 음식이나 재료들을 보면 뭘 만들지가 딱딱 떠오르기에 냉장고 파먹기도 잘합니다. 재료를 순서대로 다듬고, 그에 맞춰 끓일 물을 올리고, 가스레인지에 두세 개 화구를 쓰면서 요리하는 시간은 제겐 힐링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혼자 요리하길 좋아하고, 엄마도 제가 요리할 땐 부엌 출입금지입니다.


갑자기 엄청난 요리 부심을 드러내버렸네요. 그만큼 미각이 발달해 있고, 먹는 걸 좋아하고,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사람이란 걸 얘기하려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언젠가도 썼듯이 내가 아는 그 맛이 정말 위험한 거거든요. 따뜻한 아메리카노랑 먹으면 맛있겠다, 리즐링 와인을 곁들이면 제 맛이지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절로 떠오를 때면 이미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먹어야 하는 이유가 두 배로 강해진달까요? 뇌가 제게 "묻고 더블로 가!"라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영화 '타짜' 속 곽철용(김응수 役) 명대사

그런 제가 오늘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좋아하는 '트러플마들렌'을 보고도 흔들리지 않고 커피만 마시고 잘 돌아왔습니다. 혼자 뿌듯해하며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오늘 파스타의 익힘도 크림의 간도 딱 맞았다며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치우고 양치하고 방에 들어오는데 갑자기 슬픈 거예요. 무미건조하달까, 달달함이 고파졌습니다. 밥을 좀 전에 먹었으니 배고픔은 아닙니다. 달달함, 또는 튀김이 주는 자극적인 맛이 필요했습니다. '왜 이러지?' 하고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갈망은 점점 커져갔고, 급우울해졌어요.


변덕이 죽 끓듯 한다던데, 제가 딱 그랬습니다. 건강함, 도전, 결심, 습관 이런 것 다 필요 없고, 그냥 달달한 거 한 조각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습니다.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갈망은 여전했지만 번뜩 제 머리를 치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지금은 이 갈망을 해결하면 다 될 것 같겠지만,
먹고 나면 바로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질 거야!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지금은 못 먹으니까 먹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먹기만 하면 세상을 얻을 것 같지만, 먹고 나서는 후회와 자책이 더해져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거란 거죠. 늘 느꼈던 야식 후의 기분 좋지 않음을 느끼지 않기 위해 멈췄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죽이 끓을 때 어디로 튈지 몰라 손을 데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데지 않고 변덕을 잘 끓여낸 것 같습니다.


NO탄산음료, NO치킨, NO디저트

8월 한 달 동안 정크푸드의 유혹을 피해

매일 건강하게 먹고 글을 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8월 14일 열네 번째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