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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AXY IN EUROPE Aug 18. 2023

8월 18일 열여덟 번째 날

엄마가 안 계신 하루의 시작

아침: 밥+북어미역국+양배추김치

점심: 과일+견과류+그래놀라+요거트

저녁: 밥+꽃게된장찌개+쌈채소+계란말이+김

오늘 엄마는 친구분들과 여행을 가셨습니다. 다음 주에 오실 거예요. 늘 엄마가 챙겨주시는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하다가 혼자서 챙겨 먹으려니 자유롭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동시에 좀 귀찮기도 합니다.


아침은 잠을 덜 깬 상태에서 먹었어요. 나가시기 전에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셨거든요. 그리고 설거지까지 싹 마치고 출발하셨습니다. 참 고마운 일인데 - 세상 누가 엄마만큼 제 끼니를 챙기겠습니까 - 마냥 고맙지만은 않으니 큰일입니다. 혼자 챙겨 먹고 치울 수 있는데 굳이 챙겨주시겠다는 걸 마다하는 제 기분을 과연 엄마는 알까요?


이전에 채식주의자인 딸의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아주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의 고충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는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일 밥을 먹을 건지, 언제 먹을지, 무얼 먹을지를 미리 질문받을 때는 '그냥 안 챙겨줘도 돼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옵니다.


그렇게 떠나시고 나니 집안이 조용했습니다. 오랜만에 카페에 가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돌아와 요거트에 과일과 견과류, 그래놀라를 먹고는 또 오후 시간이 계속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어 있는 반찬들을 꺼내 저녁을 먹었습니다. 설거지가 좀 귀찮긴 했지만, 조용함과 자유로움에 '이거지' 하면서 행복했습니다.

Photo by Pro Church Media on Unsplash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오늘 내가 먹은 것은 모두 엄마가 해놓고 가신 요리라는 것을. 그리고 내일 오후부터는 스스로 요리하고 챙겨 먹어야 한다 생각하니, 아직은 섣불리 행복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계속해서 엄마에게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NO탄산음료, NO치킨, NO디저트

8월 한 달 동안 정크푸드의 유혹을 피해

매일 건강하게 먹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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