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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AXY IN EUROPE Aug 19. 2023

8월 19일 열아홉 번째 날

잘 참은 오늘의 나를 칭찬합니다

아침: 방토+고구마+천도복숭아+씨리얼+우유

점심: 스팸김치볶음밥+계란후라이

간식: 쥐포 1장+아이스아메리카노

저녁: 천도복숭아+블루베리+씨리얼+요거트

오늘은 아침 4시 45분에 일어나 6시 10분 '오펜하이머'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요즘 구하기 어려운 표인데 공짜표가 생겨 아주 이른 시간이지만 기쁘게 길을 나섰습니다. 아직 바깥은 깜깜했고, 영화관으로 걸어가는 길도 가게들 오픈 전이라 불이 다 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 들어서자 달콤 고소한 팝콘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팝콘에 콜라는 영화관람의 기본이잖아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맛있겠다! 먹을까? 아냐 참자!

가장 위험한 '내가 아는 그 맛'이죠. 거기다 여기저기서 콜라와 팝콘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저를 자극했습니다. 한 번쯤은 이란 생각도 들었고, 팝콘과 함께 완성된(?) 영화관람을 하고 싶기도 했어요. 일단 잘 참고 상영관 앞까지 갔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상영관이 있는 위층 스낵바는 다행히 오픈을 안 했더군요. 그래서 무사히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상영시간이 3시간이 넘는 걸 보고, 단백질바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챙겨간 것이 신의 한 수였어요.

나는 정말 먹고 싶은 걸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짜 식욕이 뭔지는 다이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텐데요. '먹고 싶다'는 생리적 욕구로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라 하지만, 먹을 것이 풍부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수많은 심리적 욕구들과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영화관에 왔으니까 팝콘을, 불금에는 치킨을, 생일에는 케이크를, 커피에는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양한 T.P.O. (Time Place Occassion)을 먹는 것과 연관시키고, 거기에서 만족 또는 행복을 찾습니다. "한국인은 밥심이지!"라는 말도 많이 듣는데, 제 친구는 실제로 밥을 메인으로 한 식사를 하고 나면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 졸려서 일을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점심시간 이후에 졸음이 쏟아지고, 우리는 '역시 카페인이 필요해!'라고 하면서 커피를 마십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니 우리는 욕구의 해결, 만족의 추구를 모두 '음식 소비'에서 찾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배고픈 만큼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단맛, 매운맛, 짠맛, 감칠맛 등'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혀로 느낄 때 느껴지는 도파민을 생성하기 위해 먹고 또 먹는 것이지요. 이는 소비가 늘수록 성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교육된 게 아닐까요? 계속 다른 맛과 다른 TPO를 계발해 필요이상으로 먹어야 경제는 성장을 하니까요.


시작은 영화관람이었는데 인간의 심리, 사회경제까지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 같아 이만 줄이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팝콘과 콜라를 먹지 않았고, 먹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리지도, 그래서 덜 행복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나를 공격해 오는 적을 가뿐히 물리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그렇게 오늘 하루도 성공적으로 지나가고 있네요.

오늘의 아침과 점심

NO탄산음료, NO치킨, NO디저트

8월 한 달 동안 정크푸드의 유혹을 피해

매일 건강하게 먹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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