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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AXY IN EUROPE Aug 23. 2023

8월 23일 스물세 번째 날

식욕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것

아침: 떡만두국+김치+멸치

점심: 샐러드+파스타+고르곤졸라피자

간식: 스타벅스 바닐라 더블샷

저녁: 돼지갈비+밥+동치미국수

오늘 하루는 무척 깁니다. 아침부터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위해 일산을 다녀왔어요. 다행히 출근길 반대방향이라 막히진 않았습니다. 먼 길이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책 이야기를 넘어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즐거웠어요. 책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도 처음엔 ‘아닌데?’ 하고 어떤 반발심이 들다가, ‘맞네, 그럴 수도 있지!’하고 생각이 바뀌는, 기존의 생각이 깨어지는 경험도 소중합니다.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다 보면 외골수가 되기 쉽거든요. 거기에 더해,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며, 몰랐던 방식으로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며 공감하기도 합니다.

샐러드 파스타 나눠먹기 신공

모임이 끝나고 열 명 중 여섯 명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두 시간여를 더 보냈습니다. 친한 사이인 분들도 있고 해서 자연스럽게 메뉴도 정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더 화목해졌어요. 모임 오는 길에는 이렇게 멀리 나오면서 하는 독서모임의 효과와 효율성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따져 물었는데, 한 명 한 명 새로운 사람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가치는 말로 다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서울 저녁 약속장소로 이동했어요. 시간이 남아서 근처에 혼자 있을 곳을 물색했는데요. 주차는 공영주차장에 하고, 스타벅스로 갔습니다. 혼자 오래 앉아 놀기에는 스타벅스만 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이후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는데 30년 지기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보니 스스럼이 없어 너무 좋습니다. 새로 만난 인연도 뜻깊고 소중하지만, 어릴 때 친구들은 그저 아무 생각이 없어져요. 차를 가져간 저만 술을 안 해서 기사노릇을 했습니다. 편의점에 들러 2차 장을 보고, 싱가포르에서 출장을 와 묵고 있는 한 친구의 호텔로 옮겼지요. 거기서부터 장장 2시간 반을 수다를 떨었습니다. 주제의 변환도 건강, 가족 이야기, 남편 이야기에서 A.I. 와 기후변화, 우주쓰레기에서 묻지마 폭행까지 아주 넓고 빠릅니다. 배경 설명 없이 이야기를 하면, 다른 한 명이 이해 못 한 또 다른 한 명에게 보충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가끔 둘셋씩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는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인 거죠.

싱가포르에서 온 파인애플 타르트 - 안 달고 맛있다고 함

오늘 새로운 인연과 오래된 인연을 함께 하면서 동시에 기뻤던 것은 나는 더 이상 식욕과 식탐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서모임 테이블에 놓인 초콜릿과자와 젤리들, 2차 호텔방에서 안주로 깔린 아이스크림과 파인애플 타르트 모두 손도 대지 않았거든요. 물론 싱가포르에서 선물로 사 온 파인애플 타르트는 내일 손을 댈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잘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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