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도 의심도 없이 한 발씩
산책을 나섰습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동네라 발길 닿는 대로 예쁜 것들 보이는 쪽으로 걸었지요. 하지만 공사 중인 건물이나 지저분한 골목길,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차들은 산책의 의욕을 꺾기 시작했는데요. 런던 외곽 동네의 골목길은 프랑스 중부 한적한 시골 마을의 숲길과는 달랐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여를 걷고 또 걸었네요.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아 다다른 곳은 버스로 지나가며 봤던 주유소 앞. 여기까지 왔구나 하며 돌아가려는데, 아쉬웠어요. 산책이 나쁘진 않았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다시 이곳을 걸으러 나오진 않을 것 같았죠. 그래서 무작정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다행히 영국은 요즘 날씨가 덥진 않아서 걷기 딱 좋거든요.
삼거리에 다다르자 슈퍼마켓이 보였습니다. 장이나 봐서 갈까 하던 찰나 뭔가 심상치 않았어요. 상가들로 꽉꽉 들어찬 오른쪽 길과 달리 왼쪽 길에는 큰 가로수들이 있고 그 뒤로도 나무들이 이어져 있더라고요. 바로 방향을 틀어 그 길에 들어서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죠. 그리고 작은 출입구를 지나니 아래 사진 같은 넓은 공원이 눈앞에 펼쳐졌답니다.
무척 신기했어요. 본래 없었던 공원이 내가 간절히 원해서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가 바라마지 않던 모습 그대로였어요. 넓디넓은 초록 평원에 큼지막하고 멋있는 나무들이 여기저기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죠. 나무들 사이를 지나면서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지금도 내가 주유소에서 집에 돌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면 아찔해요. 5분도 지나지 않는 거리에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테니까요.
“행복은 길 모퉁이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는 말이 그대로 이루어진 날입니다. 신이 나에게 계속 가라고, 미리 고민하고, 의심하지 말고, 계속 한 발 한 발 움직이라고 오늘 같은 경험을 하게 한 거라고 믿습니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기만 하면 돼요.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