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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AXY IN EUROPE Mar 26. 2022

스스로 누리는 진정한 자유

나에게 일주일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사실 저는 이미 자유롭습니다. 일주일이 아니라 그 이상의 자유를 작년 12월부터 누리고 있습니다. 17년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말 그대로 쉬고 있거든요. 3개월 동안 유럽으로 훌쩍 여행도 다녀왔고, 어떠한 책임과 의무도 없이 아침에 눈을 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Photo by Hanna Zhyhar on Unsplash

물론 시간만 주어진다고, 진정한 자유가 주어진 것은 아닙니다. 사실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더라구요. 지난 120 일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려고 애쓰면서 제가 발견한 것들을 이야기해볼게요.




지금에 머무르기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으로 진정한 자유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참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그래서 수많은 계획을 세웁니다. 버킷리스트부터 매년 세우는 신년 계획은 물론, 당장 이번 주말에 할 일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대부분은 계획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정작 하려니까 귀찮거나 마음이 변하기도 하죠.


쉬는 동안 가장 많이 한 생각도, 가장 쓸모없었던 생각도 모두 '(언제)에, (무엇을) 해야지.'라는 마음먹기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오늘은 꼭 걸으러 나가야지, 아침을 먹고 나갈까, 비가 온다고 했었나, 지금 몇 시지, 조금 더 있다 갈까... 하다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간 적도 있습니다. 주말 계획을 잔뜩 세웠다가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계획대로 못한 적도 많아요.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여기서 포인트는, 계획 세우기가 잘못됐다기보다는, 계획 세우느라 시간을 다 보내버리거나, 계획대로 못해서 실망하지 않는 것입니다! 계획은 심플하고 유연하게! 우연의 힘에 기대어볼 때 뜻밖의 재미(Serendipity)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걷고 싶으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고, 주말 아침의 기분에 따라 움직여보세요.


옳고 그름의 틀에서 벗어나기

"이래도 되나?" 이 또한 쉬면서 제가 가장 많이 한 질문입니다. 자유란 분명히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지, 이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늦잠을 자면 게으른가 싶고, 집에만 있으면 제대로 놀지 못하는 건가 싶습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고, 여행을 떠나서는 관광명소나 맛집을 꼭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이것이 진정한 자유인지 다시 고민을 시작하죠.


결론부터 말하면 맞고 틀린 것은 없습니다. 쉼이 효율적이면 쉼이 아니고, 자유에 가치를 매기기 시작하면 자유가 아닙니다. 제가 일을 그만두고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다 보니 밤에 잠이 오지 않고, 점점 침대에 드는 시간이 늦어진 탓이죠. 깊이 잠들지도 못해서, 새벽에 깨서 몇 시간을 뒤척이다 다시 잠든 적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저의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탓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보고, 억지로 일찍 일어나기도 해 봤지만 온종일 피곤하기만 할 뿐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Photo by charlesdeluvio on Unsplash

잠이 올 때 잤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졸리면 자자. 더 이상 내가 몇 시에 잘지 연연하지 않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조금 피곤해도 언제든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움직이다 보면 피곤함은 사라졌어요. 자연스럽게 밤이 되면 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자야 한다는 생각보다, 언제든 잘 수 있다는 자유로움에 나의 수면 패턴은 정상으로 돌아왔던 거죠. 옳고 그름보다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것이 정답일 때가 있습니다.


세상과 좀 더 부대끼기

마지막으로 좀 더 나를 열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를 더욱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려서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받는 만큼 주고, 일정 선을 넘지 않아야 예의 바른 거라 배운 저는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서로 기분이 상하거나 불편할 일이 없도록 조심했죠. 사람뿐만 아니라 취미 생활을 할 때도 내가 적당히 잘할 수 있는 것을 골랐고, 여행도 불편함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고집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관계와 경험의 폭은 점점 좁아졌고, 그 안에서 나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죠.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서로에게 닿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 조심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였습니다.

Photo by Nadine Shaabana on Unsplash

하지만 이번 유럽 여행을 하면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난 멤버들과 삼시 세 끼를 함께 먹고, 한 방과 한 침대를 공유하며, 어쩔 수 없이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서로 선을 넘었습니다. 그렇게 날카로워졌다가 풀어지기도 하면서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었죠. 가족 같은 느낌이랄까요?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도 가족이기에 수용하는 거죠. 그리고 믿음이 생겼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물론 가족은 아니지만, 선을 이미 넘었기에 친구 이상의 동료 관계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나는 훨씬 더 자유롭고 편안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낯선 유럽에서의 경험들도 혼자였다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것들로 채워졌습니다. 실수를 해도, 무언가 잘못되어도 이를 함께 해줄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나에게 일주일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예전의 나라면 무엇을 하면 정말 잘했다고 소문이 날 것인가를 엄청 신중하게 고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퇴사 후 나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 내가 맞이한 자유는 사실 무엇을 하는가 보다 어떻게 하는가가 훨씬 중요한 이슈였어요. 자유는 내가 무엇을 누리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내가 얼마나 내 삶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니까요.


나를 속박하고 있는 것이 세상이라고만 믿었다면, 그 굴레를 더욱 옥죄고 있는 것은 나 스스로가 아닌지, 제 글을 읽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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