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너 내 동료가 돼라
요즘 나의 책상은 겉보기엔 혼란 그 자체다. 모니터에는 서너 개의 창이 동시에 떠 있고, 나는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화면을 오간다.
나의 작업 방식은 대략 이렇다. 먼저 프로젝트 A에 대한 기획안 초안을 AI에게 요청한다. 엔터키를 누르고 AI가 대답을 생성하는 동안—정말 딱 커피 한두 모금, 물 한 모금을 마실 정도의 짧은 틈—나는 가만히 멍을 때리는 대신 바로 옆 창을 띄운다. 그리고 프로젝트 B와 관련된 피드백을 검토한다. 그사이 AI는 프로젝트 A의 답변을 완료해 놓는다. 나는 다시 돌아와 내용을 읽어보고, 수정 사항을 지시한 뒤, 다시 프로젝트 C의 일정을 체크하러 간다.
질문하고, 마시고, 확인하고, 결정한다. 이 사이클이 쉴 새 없이 돌아가다 보니 문득 덜컥 겁이 날 때가 있었다. '나 혹시 성인 ADHD인가? 하나를 진득하게 못 하고 이것저것 벌여놓는 게, 이렇게 일하는 게 과연 효율적인 걸까?' 하지만 이것은 산만함이 아니라,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멀티태스킹'이다. 나는 지금 혼자 일하는 실무자가 아니라, 여러 명의 유능한 팀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결과를 취합하는 '팀장'의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산만해 보이는 과정을 '효율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속도가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혼자 일할 때는 자료 조사를 하느라 오전 에너지를 다 쓰고, 오후에는 지쳐서 퀄리티 낮은 초안을 쓰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는 완벽하게 준비된 동료가 있다. 이 친구는 딴생각도 하지 않고, 감정 기복도 없으며,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불평도 없이 오직 내 질문만을 기다린다. 내가 커피 잔을 들어 입술을 축이는 그 1~2초, 길어야 5초 남짓한 시간에 너는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해 내놓는다.
덕분에 나는 기다리는 시간(Loading)을 없애고, 오직 판단하는 시간(Thinking)에만 집중할 수 있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거대한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이 '준비된 동료' 덕분이다. 사람들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반대다. AI는 나라는 사람의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해 주는 '증폭제(Amplifier)'다.
"AI를 쓰면 인간은 생각하는 힘을 잃고 지능이 퇴화될 것이다." 요즘 뉴스나 유튜브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AI와 직접 부딪히며 일하는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소리란 생각이 든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을 자극하려는 공포 마케팅 같아서다. 나는 AI와 일할 때 뇌를 끄지 않는다. 오히려 더 치열하게 켠다. 나의 노하우는 단순하다.
절대 "해줘"라고 하고 끝내지 않는 것.
나는 AI가 내놓은 답변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지 않는다. 반드시 내용을 정독하고, 내 의도와 맞는지 검토하고, "이건 너무 딱딱해", "이 부분은 논리가 약해"라고 피드백을 준다. AI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과정은 생각의 생략이 아니라 '판단의 연속'이다. 여러 옵션 중 최적의 것을 고르는 '결정(Decision)'의 과정에서 나의 사고력은 더 정교해진다.
과거의 내가 직접 벽돌을 나르는 노동자였다면, 지금의 나는 설계도를 들고 현장을 지휘하는 '건축가'이자 '편집장(Editor-in-Chief)'이다. 벽돌을 나르지 않는다고 해서 건축가의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유튜브를 켜면 "AI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 "사라질 직업"을 예측하는 영상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예측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직업이 남고 사라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일하느냐'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혼자 끙끙대며 좁은 시야로 일하는 사람과, 나처럼 똑똑한 AI 동료를 옆에 두고 지휘하며 일하는 사람의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이 벌어질 것이다.
나는 요즘 일이 재밌다. 이것저것 벌여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는 이 속도감이 좋고, 내 아이디어가 즉각적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이 짜릿하다. 나에게 AI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내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최고의 파트너다. 그러니 AI를 두려워할 시간에, 이 유능한 녀석에게 어떤 일을 시킬지 고민해 보라. 당신은 이제 실무자가 아니라 관리자니까. 그리고 당당하게 외쳐보자.
AI, 너 내 동료가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