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나는 날이 언제이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꽃가루도 잠잠해지고 더위는 심해지기 전
5월 넷째 주를 여행하며 보냈습니다.
이틀은 강원도 원주 어느 산막에 초대받아
좋은 말씀과 연주와 대화로 가득 채웠는데요.
오가는 길 오랜만에 하는 운전도 즐거웠어요.
만 하루를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보낸
친구네 집에서의 주말도 즐거웠습니다.
자유롭게 할 일을 할 수 있게 배려해줬고,
아침산책부터 식사까지 모두 챙겨준 덕분에
고급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은 듯했습니다.
경남 창녕으로 이어진 2박 3일의 자동차 여행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 집에 간 것처럼 정겨웠어요.
화장실 가려면 신발 신고 나서야 하는 것도,
잠들기 전 모기의 앵앵거림에 시달리는 것도,
도시와는 다른 공기 속에 잠을 깨는 것도
그때 그 시절 경험 그대로였습니다.
이번 여행도 지난 프랑스 여행처럼
자연스럽게 갈까? 가자!로 이루어졌는데요.
어떠한 목적이나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나를 있는 그대로 살게 하는 듯합니다.
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그중 대부분은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는 생각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5월의 자연과 동물들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순간이었겠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내 영혼이 잠시 마실을 나온 것일진대
이루고 해야 할 일들을 자꾸 만들고 있다면
왜 제대로 못 살고 있는지 자책하고 있다면
내 영혼이 얼마나 황당할까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귓가에 맴돕니다.
산다는 것은 목적지를 향한 긴 여정이 아니라
하루 즐겁게 놀다가는 소풍이라는 것을
그래서 좌절하지도 괴로워하지도 말자고
조용히 나를 달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