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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AXY IN EUROPE Nov 22. 2022

욕망에 충실한 각자도생

드라마 [수리남]의 세 남자

3줄 정리

인간의 욕망이 가득 모여 소용돌이치는 곳에
서로를 밟고 올라서려 밀치고 몸부림치지만
결국 행복은 우리 집에 있더라는 이야기

이 드라마는 그러니까, 욕망의, 욕망에 의한, 욕망을 위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마약 사범인 전요환(황정민 役)은 말할 것도 없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수리남에 온 강인구(하정우 役)와 박응수(현봉식 役), 전요환 검거에 혈안이 된 최창호(박해수 役)까지 모두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거칠 것이 없다.


!! 스포일러 얼럿!! 아직 [수리남]을 보지 않으셨다면, 이후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먼저 국정원의 '최창호'

왜 전요환이 아니고 최창호가 먼저냐고? 이 모든 드라마는 그가 아니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테니까. 전요환이 한국으로 보낸 코카인이 그의 첩보로 네덜란드 섬에서 검문을 당했고, 그로 인해 강인구는 수리남 감옥에 갇히고, 박응수는 전요환 패거리에게 살해당한다. 그런데 그 사실을 숨기고는 감옥으로 찾아와 자신을, 정부를 도와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최창호. 이쯤 되면 사이코 패스 아닌가? 나중에 강인구에게 사실이 들통났을 때도 그는 '국익'을 위해서였다고 자신의 행동을 변호한다. 과연 그가 바란 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을까?  아니면 얄팍한 영웅심리 또는 국정원에서 자신의 위치였을까?

드라마 [수리남] 강인구의 전화를 받는 최창호 요원 (a.k.a. 상만이 형)

이후에도 그는 계속 강인구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듯 말하지만, 위험하면 '미국 대사관으로 가라'는 무책임한 말뿐 정작 위험할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위험한 작전의 최전선에 선 사람에게 정보를 감추고, 함께 활동하는 요원의 정보도 알려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감청을 하면서 '작전'에만 집중한다. 강인구가 '행동 없이 말뿐인' 그를 콕 꼬집었을 때 정말 속이 다 시원했다.


머니머니 해도 전요환

'전요환 목사', 어쩜 이름이 찰떡같이 붙게 잘 지었을까? 수백 명의 신도들을 거느리고 매주 예배를 보며 걸핏하면 성경구절을 인용하는 모습을 보면 성경공부를 하긴 한 듯하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는 면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자신을 따르는 자 = 착한 사람', '자신을 따르지 않는 자 = 사탄의 새끼'이며 자신이 딱 보면 안다. 자신이 돈을 벌고 권력을 갖고 군림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드라마 [수리남] 마약 파는 성직자 전요환 목사

그가 만약 수리남의 마약왕 자리에 만족했더라면 어땠을까? 한국으로 코카인을 수출하겠다고 강인구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님에도 다시 강인구의 손을 잡고 코카인 2톤을 외상으로 매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러한 가정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보다 더 가지고 싶고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전요환 그 자체이므로. 그렇게 다 가져야만 했던 그는 날아오르지 못하고 추락한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강인구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강인구의 아버지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트럭 운전을 하다 사고로 죽었다. 이미 요구르트 배달을 하던 엄마 장례를 치른 뒤였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살기 위해 또 어린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또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번다. 가족들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인구는 친구 응수의 이야기를 듣고 홍어를 헐값에 사들여 비싸게 팔기 위해 수리남에 온다.

 드라마 [수리남] 돈이면 못할 게 없는 비즈니스맨 강인구

그는 심플하다. 돈이면 된다. 돈이 되겠다 싶으면 무엇이든 수용할 의지가 자동 장착된 느낌이랄까? 친구 응수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슬픔과 분노보다는 누명을 쓰고 잃게 된 사업자금 5억 원을 어떻게 되찾을지를 계산한다. 국정원에 협조하면 선금 2억 원, 전요환을 잡고 3억 원을 받기로 하고, 선금으로 5개월 동안 나눠 받을 4천만 원 중 1천만 원은 응수 가족에게 보내라면서. 전요환 말마따나 '깔쌈'하다. 오죽하면 마약왕이라 불리는 전요환이 그에게 파트너십을 제안했겠냔 말이지.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잡히면 작전이 실패해서 '돈을 받지 못할까 봐' 미국 대사관으로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전요환을 추격해서 잡는다. (이 부분은 뭔가 주인공은 뭘 해도 되는 할리우드 영화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힘이 빠졌다.)



결국 세 사람은 한국에 돌아온(한 명은 잡혀온)다. 죽고 죽이는 살육 천지였던 수리남에 비하면 한국은 낯설 만큼 일상적이고 평범하다. 그것이 '행복의 파랑새'일까? 하지만 전요환은 10년 구형을 받았을 뿐이고, 최창호는 강인구를 찾아와 나머지 3억 원은 현금 지급이 어렵다며 단란주점 2곳을 넘겨줄 것을 협상하고 강인구는 거절한다. 목숨을 건 대가는 작전이 종료되고 나서는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체스판에 놓인 하나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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