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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AXY IN EUROPE Dec 11. 2022

서로에 힘이 되는 영웅들

[보이그룹] BTS 노래가 주는 힘

나는 BTS,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힘을 얻고 있다. 한때는 7명의 이름과 얼굴을 구분하지도 못했는데 언제 이렇게 되었담. 이들에 대한 사랑이 싹튼 것은 아이돌 노래 한 곡은 따라 불러 보자며 <Butter>, <Dynamite>, <Permission to Dance>를 차례차례 연습하면서부터다. 따라 부르려면 엄청 반복해서 들어야 하니 매일 계속 듣는데 나도 모르게 흥도 나고 힘도 났다.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면서부터는 가슴이 벅차 왔고, 용기가 필요할 땐 이들의 노래를 몽땅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계속 들었다. 왜 방탄의 노래는 나를 힘나게 하는가?

BTS < Butter > Official Music Video 중에서

꿈을 꾸는 영웅들 "우리 모두"

BTS 노래 가사 속 주인공들은 그냥 모든 것을 잘하고 완벽한, 본 투 비 히어로가 아니다. 반면 어렸을 적 읽었던 순정만화의 남녀 주인공은 그저 완벽하게 아름답고, 착하고, 능력 있고, 신분이 높으며 돈이 많았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은 항상 악당들보다 강했으며, 잠시 위기에 빠져도 늘 이를 극복하고 승리를 차지했다. 만화와 영화를 다 보고 마주하는 현실은 항상 실망스러웠다. 나부터도, 그리고 주변을 아무리 돌아봐도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상시 100% 완벽한 사람은 없었기에. 그리고 현실에서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의 수도 적었다. "완벽한 주인공", "슈퍼히어로"는 나를 꿈꾸게 하기보다는 완벽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강박과 결국 나는 완벽할 수 없기에 주인공이 아니라는 실망, 완벽하지 않은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날 선 질투와 시기, 다시 만화나 영화 속 "완벽한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현실도피를 부추겼다.

온몸으로 'heart'를 표현하며 'jump'하는 방탄이들

하지만 BTS 노래 속 영웅은 다르다. 알통이나 갑빠도 없는 '앙팡맨(=단팥빵맨)'은 실수하고 넘어지는 게 무섭지만 진흙투성이의 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 <Jump> 속에서도 꿈꾸는 자들은 모두 손을 위로 하고 뛰어오른다. 근심 걱정은 뒤로 하고, 이제 말만 말고 날개를 달 때라고 갈 때까지 달리자는 그들의 외침은 울림이 있다. '될 것 같으니까 하는 것'과 '될 때까지 하는 것'은 다르다.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그건 순간에 불과하다. 누가 나를 막아도 나의 갈 길을 간다는, 삶에 대한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나를 '아이돌'이라 부르든 '아티스트'라 부르건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 바로 그거다. 그걸로 됐다. 누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든, 나의 진심이 통하건 통하지 않건 나는 나로서 거뜬히 존재한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단팥빵과 수고했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영웅이 된다. 

나도 될 수 있는 히어로상을 제시하는 BTS의 <Anpanman> M.net BTS Comeback Show (2018.5.24)

성공은 나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

얼마 전 Permision to Dance on Stage Press Conference에서 Liam McEwan이 BTS의 엄청난 성공 기록들을 열거하며 "How do you stay true to yourself?"라는 질문을 하는 것을 봤다. 남준의 대답이 걸작이다. (영상 보기: https://youtu.be/f_XXck1abnI)

RM in Permision to Dance on Stage Press Conference
성공의 절반은 ARMY들에게 공이 있고,
멤버 각각의 5%를 모두 합하면 35%,
나머지 15%는 Big Hit와 HYBE에게.
따라서 성공을 트로피로 친다면
한 귀퉁이 정도만이 나의 것이고, 
이 모든 여정의 작은 일부라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 나를 나 자신으로 있게 한다.
- RM의 영어 답변을 번역 정리


이는 지금 이 자리가 ARMY 덕분이라는 감사와 겸손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혼자서는 감당하기조차 힘든 엄청난 성공을 거둔 한 인간이 압박감을 이겨내는 아주 현명한 방법이다. 그렇게 BTS는 그 무게를 떨치고 아직 우리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Yet to come)고 외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Yeah, the past was honestly the best
But my best is what comes next
I'm not playin', nah, for sure
그날을 향해 숨이 벅차게
You and I, best moment is yet to come
Moment is yet to come, yeah

다들 언제부턴가
말하네 우릴 최고라고
온통 알 수 없는 names
이젠 무겁기만 해
노래가 좋았다고
그저 달릴 뿐이라고
Promise that we'll keep on coming back for more
- BTS <Yet To Come> 중에서


결국 하나, 결국 사랑

BTS가 윔블던 경기장 전석을 채우며 공연을 했던 것을 많은 이들은 '성공'과 '기록'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공연의 감동과 위대함은 숫자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 같다. 공연 마지막 곡 <소우주>를 남겨놓고 반주를 기다리던 7명의 멤버들에게 관객들이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Young Forever>를 불러준다. (영상 보기: https://youtu.be/icTa3XP3pKk) 이렇듯 공연장에서도 BTS에게 ARMY는 힘이다. 

BTS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2019.6.1)

무대에 선다는 것, 공연을 한다는 것은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열광하는 팬들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좋은 노래와 화려한 퍼포먼스와 더불어 이 모두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의 진심도 빼놓을 수 없겠다. 콜드플레이의 아르헨티나 공연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나선 진을 보며, 처음엔 '콜드플레이랑 친한가 보다', '신곡 마케팅하려고 그랬나' 했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그 먼 거리를 오갈 정도로 공연에 진심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내 가슴 한 켠에서도 무언가 뜨거운 것이 뭉클 솟아나는 듯했다. 


BTS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남들이 하지 못한 기록을 세우고는 있지만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돈과 명성, 앨범의 성공이 아닐 것이다.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하고, 메시지를 전하고 교감하면서 그 자체로 벅차오르는 행복과 기쁨이 전부이다. 돈과 명성은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으로 이로 인해 누리는 혜택도 있지만 감내해야 하는 고통도 있을 것이다. 또한 BTS의 노래를 듣는 수많은 사람들도 이러한 교감을 통해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서사를 이어갈 수 있기에 그 노래들에 더욱 열광하는 것 같다.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

70억 가지의 삶 도시의 야경은
어쩌면 또 다른 도시의 밤
각자만의 꿈 let us shine
넌 누구보다 밝게 빛나
One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Oh 저 어둠도 달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You got me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I got you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 BTS <소우주> 중에서


결국 BTS와 ARMY는 함께 하면서, 서로를 보면서 자신만의 빛을 발하고, 서로의 존재가치를 마음으로 느끼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어떠한 잣대로도 평가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 완벽하지 않아도, 어둠 속을 헤매도 넘어지고 다쳐도 삶은 그 자체로 살아갈 가치가 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단팥빵과 수고했다는 한 마디를 전할 수 있는 영웅들이다.


(공연 영상 보러 가기: https://youtu.be/Iq6RdCTLBd8)

BTS (방탄소년단) ‘소우주 (Mikrokosmos)’ @ SY IN SEOUL #2021BTSFE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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