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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Aug 08. 2019

경험이 부족한 사람의 글쓰기.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실력이 부족하다면 노력으로.

글쓰기 실력을 키워보고자 좋은 서평들을 개요화 하고 그 개요를 바탕으로 내 생각을 덧붙여 글을 쓰는 작업을 일주일간 진행해보았다. <일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읽었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글쓰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를 따라 해 본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잡지에 기고된 기사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따라 써 보며 자신의 한계를 찾았다. 벤자민의 경우는 '어휘력'이었고 나의 경우는 '경험'이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경험의 부족이 내 글이 빈약하게 느껴지는 원인이라고 생각했었다. 사회적인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20대를 내리 책상 앞에서 보냈으니 이야기로 풀어낼 풍부한 사회경험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경험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는 것이 타당한 이유일까? 


 최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홍춘욱 박사님의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라는 책이 있다. 역사 속의 사건들과 사건과 얽혀 있는 돈, 경제 개념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역사의 한 분기점이 될 만한 사건들이다. 예를 들자면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영국군이 대승을 거둔 이유, 미국의 대공황, 16세기 유럽의 물가혁명 등이다. 홍춘욱 박사님이 이 사건들을 직접 경험해보셨을 리가 없다! 경제 개념들을 설명하기 위해 가져오신 사례일 뿐이다. 하지만 정말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으며 경제관념에 대한 이해라는 본질적 목적까지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였다. 개인적인 경험이 포함되지 않아도 좋은 글은 충분히 완성될 수 있다.

강력추천!


경험은 설득력 있는 글을 위한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 아니다. 경험이 없다면 경험을 대체하거나 부족한 경험을 보충해 설득력을 높여 줄 다른 자료들을 찾으면 된다. 이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 작가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콘텐츠는 어떻게 만드는가. 나는 인생 경험이 보잘것없는데 어떻게 하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독서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있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다. 훔치는 방법은 관찰이다. 세심하고 용의주도한 관찰이다. (중략) 바야흐로 콘텐츠 전성시대다. 우리 주변에 콘텐츠는 넘쳐난다. 영화, 음악,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에서 들리는 수많은 대화,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콘텐츠 소재다. 포착해내는 힘만 있으면 된다. 누구 말대로, 잘 차려진 밥상에서 당신은 숟가락만 들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글쓰기>> p.220 ~ p.224


 내 경험이 부족해 설득력 있는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내가 쓰기 쉬운 분야의 글만 쓰겠다는 욕심일지도 모른다. 경험이 부족하다면 자료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자. 전문적인 분석자료, 책에서 얻은 지식, 우리 주위에 스쳐 지나가는 정보들, Youtube와 Ted 등을 이용한 강연자료까지 활용하고자 한다면 자료들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글쓰기라는 아웃풋에 대한 고민을 할수록 인풋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 자연적으로 더 많은 양질의 책을 찾게 되고 한정된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최근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자의적으로 밤을 새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수면 패턴과 다음날 미칠 악영향을 생각한다면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어떤 일을 잘하고 싶어서 밤을 새운 적은 처음이다. 한 챕터만 더 읽고 자야지 하다가 어느새 밝아진 창밖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정말이지 새로웠다. 단순히 밤을 새운 것을 가지고 성장형 사고방식을 느꼈다고 말한다면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밝아진 창밖을 바라보던 그 순간 난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내 주변 풍경은 달라져 있으리라.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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