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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Sep 04. 2019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닌 신뢰다.

<신뢰 이동>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우리는 참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 현금다발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간편하게 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면 된다.  현재 소득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재화를 구매할 때에도 할부라는 좋은 제도를 사용해 미래의 나와 분담하여 지불할 수 있다.  회사에서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식사를 만들 체력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전화 한 통,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에서 클릭 몇 번으로 집까지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다.  병이 걸리거나 급한 수술이 필요한 경우 큰 금액이 들까 봐 걱정인가? 의료보험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어서 필요한 금액 중 상당 부분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이런 의료보험제도는 우리의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가서 운용하는 의료보험공단에 의해 운영된다. 이런 사회제도들이 제대로 동작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과거에는 이런 제도들이 운영되지 않았을까? 


신뢰 개념의 발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신뢰라는 것은 사회성을 가진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사회적 활동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뢰 이동>의 저자인 레이첼 보츠먼에 따르면 신뢰는 결과에 대한, 다시 말하자면 주어진 상황이 얼마나 잘 풀릴지에 대한 평가다.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적을 때 신뢰는 굳건해진다. 우리는 이 신뢰를 지지대 삼아 불확실한 영역에 발을 딛는 신뢰 도약을 한다.



 모두가 서로를 아는 소규모 공동체의 시대에서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만 이런 신뢰가 형성되었다. 공동체 규모가 커지며 통솔의 한계가 찾아왔을 때 신뢰의 중추는 개인에서 제도로 옮겨갔다. 사람들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계약과 법적 상표로 표시된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하였다. 이 시대를 거치며 사람들은 조직화된 산업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 나갔다. 이런 제도적 신뢰는 부패라는 한계를 맞이하게 되어 제도적 신뢰에 대한 믿음이 잃게 된다. 현대사회는 이전 세대에 비해 정보에 대한 우월한 접근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특성을 기반으로 분산된 신뢰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제도적 신뢰가 깨지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제도의 신뢰를 담당하는 사회 지도층들이 서로 간의 신뢰를 저버릴 언행들을 한 것은 물론 국내의 어려운 경제사정과는 다르게 개인 비자금을 어마어마하게 숨겨둔 사실이 밝혀진 사건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들을 계기로 사회 지도층들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사람들은 새로운 신뢰의 기준을 찾아 나섰다.


제도적 신뢰와 분산된 신뢰의 특징 

이를 가속화한 것이 디지털 혁명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이전 세대와는 달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굉장히 좋아졌다. 정보는 이제 더 이상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대에 와서 갑작스럽게 엘리트 계층의 비리가 만연해진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1872년 그레디트 모빌리에 스캔들은 가짜 회사를 세워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건축 사업으로 돈을 끌어 모은 사건이다. 현대에도 이와 비슷한 비리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단지 지금은 비리를 숨기기 어려워졌을 뿐이다.


 디지털 시대의 이런 특징은 비리를 폭로하는 영역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만 하더라도 사용자 경험을 공유하는 기능이 존재한다. 음식을 받아보고 맛이 좋았는지 상태가 괜찮았는지 등을 사진과  글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음식점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런 정보를 기초해서 어떤 음식점에서 배달을 시킬지 결정할 것이다. 소비자가 판매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양방향 평가가 존재하는 플랫폼도 존재한다. 공유경제시스템의 대표적인 사례인 에어비엔비는 호스트와 사용자 모두 서로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고 이 평가는 다음번 예약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다.


 '제도적 신뢰' 사회에서 겪었던 신뢰 상실을 극복하는데 이와 같은 양방향 평가시스템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분산된 신뢰'사회도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다. 온라인 공동체와 SNS를 중심으로 형성된 '분산된 신뢰' 사회에서는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의견만 듣는 호모필리(동류 선호 성향)가 강화될 위험이 높다.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라고 해서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된다. 

 

언제나 판단의 기준은 '나'여야 한다. 어떤 정보를 신뢰할지 누구와 함께할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 스스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올바른 기준을 세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 기준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은 양서를 읽고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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