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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Oct 08. 2019

중요한 것은 '나'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란 것은 존재할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주마와 같은 학창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일부는 학창 시절을 지나고 나서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어진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삶. 좋은 성적을 내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에 취업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그 말만을 믿고 많은 사람들이 ''를 잊은 채 공부에만 몰두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운이 좋아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과연 그 사다리에 끝은 어디일까?




어린 시절 학원을 다녀와 하루가 끝났다는 해방감을 느끼며 게임을 한판 하려던 찰나 들려오는 한마디.


"넌 욕심이 없니?"


당연하게도 크게 싸웠고 한동안 냉랭한 공기가 집안을 채웠다. 이렇게 순간의 감정싸움은 지나갔지만 부모님의 물음은 머릿속에 남아 평생 나를 따라다녔다. '난 정말 욕심이 없는 걸까?' 그래도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학과는 별개로 학과 선택에서 ''는 없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취업이 가장 잘된다는 '전자전기' 전공을 선택했다.


일 학년은 이공계 고등학교 수업의 연장선이라 별 무리가 없었지만 전공이 시작되면서 지옥이 펼쳐졌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며 내 상태를 돌아보려 했다. 당시 수학 전문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휴학을 하고 나니 내 상태에 대해 답을 얻기는커녕 시간만 흘러갔다. 돈은 벌 수 있었지만 이게 내가 좋아서 하는 걸까? 내 삶은 고등학교 3학년에서 멈춰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물음이 계속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후 군대를 거쳐 복학을 했지만 그래도 난 뭘 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일 년 정도 학교를 다니다 다시 휴학계를 내고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뭘 해야 될지 모르는 나에게 고시는 그동안 잘 해왔던 대입 시험 준비와 가장 유사했고 큰 미래를 그리기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결과는 어땟을까? 1차 시험은 첫해부터 무난하게 합격했지만 2차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시를 준비하던 생활도 실패로 돌아갔다.  수능 이후로 이어진 공허함이 폭발해 온 정신을 갉아먹고 피폐한 삶을 살았다. 휴학으로 쓸 수 있는 시간도 다 써버려 어쩔 수 없이 복학해 겨우겨우 졸업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서적 무력감에서 벗어나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이 공허함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일단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조언을 모조리 무시하기로 했다.


그렇게 공부한 게 아깝지 않냐, 부모님이 지원해줄 수 있을 때 공부해라 그게 나중 가면 잘했다고 여겨질 거다. 네가 그런 일 하기에는 너무 재능 낭비야. 등등


이런 사람들의 조언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조언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그 중심에 내가 있지 않다. 조언이 필요한 사람의 입장에서 필요한 말이 아닌 '넌 아직 어리고 미숙하니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라는 식의 조언이다. 내 정신상태에 절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과감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남들이 뭐라 하든 고시를 그만하기로 한 순간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무지렁이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런 무지렁이라도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나는 커피와 차를 사랑했다. 수험생활 시절 유일한 낙이었던 카페 탐방이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알고 지내던 카페 사장님들에게 수험생활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이야기하고 혹시 일할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일을 통해 경력을 만들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음료를 맛있다고 말해주시며 지인들을 데려와 소개해 주시는 단골들을 통해 충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충족감을 느끼며 일을 하다 보니 자존감도 올라가게 되고 부정적인 기운도 어느 정도 몰아낼 수 있었다.




평균의 종말이 저자인 토드 로즈의 신작인 <다크호스>에서도 이 '충족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공경로가 아닌 방식을 통해 성공을 거둔 다크호스들은 각각 다른 성공경로를 거쳐왔지만 그들 모두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충족감'을 바탕으로 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충족감을 주는 환경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관심사와 욕구, 희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크호스들은 어떤 일에서 우수해짐으로써 충족감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일에 깊이 몰입하면서 충족감을 느꼈다.
<다크호스, p.33>

    

다크호스들은 모두 삶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를 겪으며 이들은 자기 회의감을 겪었다. 책에서 소개된 다크호스들 중 한 명인 잉그리드 카로치의 말을 살펴보자.

"그때는 행복해지려면 자신이 잘하는 특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특기를 찾아보려 나름대로 이런저런 노력을 해봤지만 도무지 잘하는 게 없어 보였어요, 뭐라도 잘하는 게 없으니 별 행복을 느끼지 못했어요."
<다크호스, p. 59>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에게 충족감을 주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어떤 목적지를 설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충족감을 주는 행동을 좀 더 잘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했다. '목적지'는 중간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최종적인 상태를 상상하는 것이라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지금 자신의 상태를 기초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재료를 낭비하지 않는 법' '스팀밀크를 잘 만드는 법' 등을 시작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메뉴 구성'을 생각하기까지 한 단계씩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움직였다.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전문가 행세를 하거나 메뉴 구성에 딴지를 걸었다면 쉽게 받아들일 사장님은 아마 얼마 없을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지금은 한 매장을 책임지는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크호스의 성공 방식은 기존의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과 달리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자신에게 집중해 내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는 것이다.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스스로에게 집중하여 충족감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그 행동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 '성공에 이르는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 '당신이 성공에 이르는 최선의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씽큐베이션 #체인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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