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우진 Nov 20. 2019

우리는 탁월함을 지양하고 참여를 지향한다.

우수성과 연결 중 무엇이 먼저일까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모든 죄인과 성인을 위한 집'이라는 교회는 '나디아 볼즈 웨버'라는 개성이 강한 목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 교회는 여타 다른 교회와는 다르게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매체와 소셜미디어에 익숙해 일반적인 광고보다 개인화된 정보를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들과 비교했을 때 종교적인 믿음도 강하지 않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길래 이런 밀레니얼 세대들을 교회로 나오게 할 수 있었을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목사 개인의 특징을 잘 활용하지 않았을까?라는 것이었다.


Nadia Bolz-Weber, 

하지만 이 교회가 유명한 이유는 그녀 때문이 아니라 교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다. 이 교회는 '우리는 탁월함을 지양하고 참여를 지향한다'는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신도들이 교회를 직접 이끌어 나간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예식을 진행할 때도 정해진 운영진에 의해 진행되는 방식을 따르지 않고 교회에 온 순서대로 15~18명이 예배를 관장한다.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날로 손꼽히는 사순절 예배를 준비하는 과정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모이는 시간을 공지하고 아무나 참석하라고 한다. 그 후 참석한 사람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 결과 처음 예배에 참석한 사람이 사순절 예배를 주관한 경우도 있었다. 진행에 차질이 없었냐고? 별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디아 볼즈 웨버' 목사는 "당신이 예배에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 손에 성물을 맡길 만큼 우리가 당신을 믿는다" 라는 메시지를 신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평신도를 믿고 그들의 협력에 운영을 위임하는 철학이 이 교회의 성공 비결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서비스들인 '우버', '에어비앤비' 등도 이것과 닮은 부분이 있다. 기존의 서비스들은 회사에서 정한 규격에 맞는 상품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대응방식을 교육받은 인원이 투입되어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훨씬 가벼운 조건만 충족한다면 '누구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호스트들의 취향이 반영된 다양한 상품들을 제공하면서도 이용자와 호스트 모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렇게 협력과 공유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성공한 모델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가치를 기존 권력 체제와 비교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뉴파워 : 새로운 권력의 탄생>


이 중에서 경영에서 많은 부분들을 위임하지만 신권력 모델이 잘 운영될 수 있는 비결은 '투명성'이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를 들어보자. 에어비앤비는 사용자와 호스트 모두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 평가는 모두 기록에 남아 다음 숙소 예약 시 그대로 노출되게 된다. 가격에 맞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호스트는 물론이고 물건을 함부로 하는 사용자라는 기록이 남는다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을 겪을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매체가 발달할수록 무언가를 숨기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에어비앤비의 사례에서 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사회 모든 면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정치인은 '본인'이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잘못 때문에 낙마한다. 기업은 더 이상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잘못된 수익구조를 지속할 수 없다. 




이렇듯 투명성이 강조되고 참여와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런 사회의 흐름은 점점 더 '기버(Giver)'가 활동하기에 좋은 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 불균형이 심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이익만 취하고 사라지는 체리피커들이나 노력 이상의 보상이 돌아올 경우에만 참여하는 테이커들이 활동하기 쉽다. 기버들의 행동은 상대적으로 테이커들이나 체리피커들에게 이용당하기 쉽다. 하지만 정보 접근성이 좋아 개인의 행적에 대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상황은 완벽하게 뒤바뀐다.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기버 주위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조지 메이어'라는 극작가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TV 프로그램  관계자의 우수한 업적을 기리는 에미상을 7번이나 받았고, 그가 창안한 단어들이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타임> 지는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20세기 최고의 TV시리즈'라고 평했다. 2000년에 잡지 <뉴요커>에 소개되기 전까지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동료들에게 사랑받고 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의 이름은 '심슨 가족'이다. 그는 심슨 가족의 제작자로 활동하며 철저하게 '기버'로 활동했다. 작가라면 자신의 창작품이라는 표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첫 대본을 쓰는 것을 싫어할 리가 없지만 메이어는 주로 다른 사람이 써낸 이야기를 수정하고 고쳐주는 일을 맡았다. 심지어 크레디트 타이틀에 이름을 올리려 하지 않았다. 함께 한 동료들에게 아이디어를 줘버리고 크레디트 타이틀에서 자기 이름을 빼버렸다. 그것도 무려 10년이나!!


 조지 메이어는 자기 이익을 포기하는 듯 행동하는 '기버'로 성공을 거뒀다. 그럼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행동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선택이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라는 강력한 홍보수단을 가지고 있다. 유명해지기 위해 TV에 출연해야 할 필요가 없다. 


 단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힘을 보태주고 그 기록을 소셜미디어에 남겨두면 된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이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면 먼저 나서서 그들의 선행을 알려주자. 더 나아가서는 내 주변 지인들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자. 그렇다면 그들도 당신의 성공을 이끌어 줄 것이다. 최소한 당신의 실패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탁월한 기량을 갖추고 세상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참여하고 연결을 통해 우리의 행적을 알리자. 탁월한 기량은 그 과정 속에서 자연히 만들어질 것이며 연결 속에서 기회는 창발 될 것이다. 



참고 도서

<뉴파워, 제러미 하인먼즈, 헨리 팀스>

<신뢰 이동, 레이챌 보츠먼>

<기브 앤 테이크, 애덤 그랜트>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