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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Dec 02. 2019

10년 전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니 인생의 주인공은 너야 아무도 신경쓰지마

오늘은 2019년 12월 2일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날씨도 상당히 추워져서 간단한 바람막이로는 더이상 집 앞을 돌아다닐 수 없다. 두꺼운 패딩과 물아일체로 다녀야 될 시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정도 추위 쯤이야 10년 전 겨울을 생각하면 별 것 아니다. 09년 12월 나는 신교대와 후반기교육을 마치고 이제 막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이었으니까. 


"충우우우웅 성! 이병!! 최!! 우!! 진!!"




입대 하기 전 나는 대학생이었지만 고3 이과생들을 대상으로 수능 수학강의를 하며 그 당시로서는 꽤나 큰 수입을 올리며 생활했다. 첫 시작은 친구가 여자친구와의 약속 때문이니 자기 대신 하루만 대타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날 강의한 게 괜찮았던지 계속 해볼 생각이 없냐고 연락을 받았고 첨삭부터 시작했다. 첫 월급을 받아 부모님께 보여드렸다.


"엄마, 아들이 처음으로 벌어온 돈이야. 맛있는 거 사먹고 필요한거 사서 쓰세요."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뭐 얼마나 번다고 그런 걸 한다고 그러냐, 헛짓거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


 호의가 거절당한 것 때문인지 무시 당한게 화가 나서인지는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정말정말 강렬한 분노와 내가 보여주겠다는 마음 뿐이다. 그 길로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수학교재를 정리하고 재수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대성, 메가, 종로 등 재수학원에서 나오는 시험지를 돈을 주고서라도 긁어 모아 내 데이터로 만들었다. 그리고 수험생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강사의 강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내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강사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강의를 하다보니 학생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강의 차수를 하루라도 늘리고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휴학신청까지 하고 정말 학원과 집만 왔다갔다 하면서 살았다. 사실 08년도에 금융위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었다. 그렇게 살다보니 정말 상당한 금액을 월급으로 받게 되었다. 


당당하게 부모님 앞에 월급이 적힌 통장을 내밀었지만 역시나 돌아온 것은 인정이 아닌 비아냥이었다.


"그거 벌어서 뭐.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니가 어려서 뭘 잘 모르는 거야. 니가 살기 위한 길은 우리가 고민하고 있으니 너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거나 잘해."


2년에서 2년 반정도의 기간을 투자했던 일이였고 나름의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했던 일이어서 그런지 저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앞두고 계약을 포기하고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내 인생에 있어 정말 최고로 꼽을 수 있는 멍청한 선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멍청하기 이루 말할 데가 없는 선택이지만 그 당시에는 입대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었다. 왜 그랬을까? 이유를 생각해봐도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것들만 있을 뿐 딱 이것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음의 순간이 왔다.

행동의 근본 동기가 두려움일 경우에는 머지않아 자신이 우려하던 재앙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게 된다. 비난 받을 것을 두려워하면, 결국에는 상대방의 반감을 사는 행동을 하게 된다. 상대방의 분노를 두려워하면, 결국에는 상대를 분노하게 만든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자존감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모습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에 관해 일련의 암시적 기대를 낳는다. 이러한 기대는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행동을 촉발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한 자신감은 더 높은 곳으로 나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낮고 부정적인 자존감은 나 자신을 끌어내려 땅속에 머리를 처박게 만든다. 아둥바둥하며 살던 내모습은 결정을 내리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바닥으로 처박힌 내 자존감이 나 스스로를 파괴하게 방치한 것이다. 


 부족한 자존감에 스스로를 방치한 댓가는 정말 혹독했다. 제대 이후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마음에도 없는 기술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과가 좋을리가 있을까? 좋다면 그게 기적이겠지. 


자존감이 낮으면 역경에 직면했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회복 탄력성이 약해진다. 자존감이 낮을 때는 건강한 자기 감각으로 이겨낼 수 있었을 시련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이럴 때 우리는 비극적 존재감과 무력감에 쉽게 무릎을 꿇는다.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마음보다는 괴로움을 피하려는 마음이 더 크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쉽게 지배 당한다. 자신의 효용성과 장점을 신뢰하지 않는 이상, 이 세상은 두려운 곳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그렇다. 정말 세상이 너무나 두려웠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내 인생의 통제권을 남에게 맡겨버렸다. 그 결과 제대한 이후 남은 20대를 통으로 날려버리고 30대 초반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씩 나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두렵다. 하지만 10년 전 초소에서 근무를 서며 생각했던 내 미래보다는 지금이 낫다. 무력하게 수동적으로 살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보다는 작은 시작이지만 나를 믿기 시작한 지금이 자랑스럽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표류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혼돈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어둠이 있기 때문에 빛이 더욱 밝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혼돈에서 조금이라도 빠르게 벗어나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시작은 '자존감'이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중 몇가지를 살펴보자.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공통점이 보이는가? 4가지 법칙 모두 '자존감'이 없는 사람에게는 성립될 수 없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저명한 심층 심리학자인 카를 융도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과 '네 이 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첫째, 두 가르침이 미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둘째, 두 가르침 모두 모두 명령이나 지시가 아닌 남과 나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을 챙기는 것만큼이나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을 챙겨야 한다. 




나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자.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신에게 살아갈 권리와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생각과 욕구, 필요를 적절히 주장하자. '자존감'은 요구해야만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아니라 자존감을 지닌 시간이 길어질수록 성취가 드러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자. 구부정한 자세를 버리고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해라 다른 사람들이 가진 권리만큼 나도 그만큼의 권리가 있다. 허리를 펴고 자신감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참고도서

1. 자존감의 여섯기둥, 너새니얼 브랜든

2. 12가지 인생법칙, 조던 피터슨


#한달자존감 #한달 #한달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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