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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Dec 07. 2019

카페직원, 남편, XX친구, 아 그때 그분

생각나는대로 나를 표현해 볼 수 있는 카테고리를 4가지 정도 표현해봤다. 카페에 처음 온 손님은 나를 무뚝뚝하고 붙임성 없는 아저씨로 본다. 커피를 받고 나서는 순간 그래도 커피는 맛있게 내리는 아저씨로 업그레이드 된다. 안면을 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무표정으로 있으세요? 표정이랑 말하는게 매치가 잘 안되요 라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힘들어서요."


변명이지만 1인근무매장에다 한번에 한잔밖에 만들 수 없는 커피머신을 가지고 영업을 하고 있으니 주문이 조금만 몰려도 금세 표정이 굳는다. 


집에서는 믿음직한 남편 그자체. 힘든 일이 있어도 잘 해나가는 듬직한 곰돌이. 개그코드도 잘 맞고 말이 잘 통해 대화하는 재미가 있는 좋은 말동무. 아예 다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가장의 역할은 잘 하는듯(아닌가?)


고등학생때부터 만나고 있는 XX친구들에게는 믿음직하긴 한데 가끔 헛짓거리를 해서 이해가 안되는 친구. 고등학교 졸업하고 단체로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갔는데 숙소 및 식당, 코스 등등 모든걸 다 준비했지만 정작 자전거를 못타서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아 그때 그분,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분들은 나를 정말 조용한 사람으로 기억하거나 무관심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모임에서 별 임팩트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조용조용 지내는 행동 때문에 다른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 전에는 왜 말을 한마디도 안하셨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나 스스로를 돌아보면 이 모든 모습들을 다 가지고 있다. 오히려 당황스러운 측면은 난 항상 일관되게 행동하고 있는데 왜 내 이미지가 여기선 조용한 모범생이고 여기서는 허당이고 여기서는 믿음직한 동료일까? 라는 점이다. 한 때는 적극성이 모자라서 남들에게 내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인양 행동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었다.


자신을 상대로 저지르는 가장 큰 범죄는 자기 결점을 부인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두렵다는 이유로 자신의 위대함을 부인하고 부정하는 것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역시 원인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낮은 자존감이 이유였다. 내가 가진 장점을 무시하고 남들이 좋아할 거라고 '상상한' 장점을 가지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 하며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나 스스로를 드러내기 어려워 한 것이 여러그룹에서 다른 이미지로 나타난 원인이지 않을까? 


 자존감에 가장 큰 상처를 줬던 수험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조금씩 회복되던 자존감이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크게 회복된 것 같다. 회복된 자존감은 보물지도 활동을 하며 적은 한 목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목표는 바로 '경직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남들과 교류하기 어려워하고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 하던 모습들을 종합하는 표현이 바로 '경직된 이미지'였다. 많은 분들이 '경직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라는 목표에 의아함을 표현하셨고 이걸 통해 내가 예전 모습에서 많이 벗어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아직도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데에는 약간씩 걸리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좋아할 이미지를 상상하고 거기에 억지로 나 자신을 맞추고 싶지는 않다.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데 익숙해지자. 그게 가짜 자존감이 아닌 진짜 자존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아닐까? 


억지로 꾸며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자.


#한달자존감 #한달 #한달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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