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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Dec 09. 2019

내 인생의 느낌표 세가지.

삶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은 지난  몇 년간의 행동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그렇다고 영원히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는 뜻은 아니다. 변화의 시작점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 변화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정착시키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내 정체성에 변화를 줄 수 있었던 세가지 일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1. 커피

음악, 사진, 수영 등등 취미로 했던 여러 일 중 가장 오래 하고 있고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믹스커피나 캔커피가 아닌 기계로 내린 커피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일본에서 살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로 전학(?)을 온 A라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친구 집에는 '모카포트'라는 커피도구가 있었는데 주말에 그 친구 집에 가면 항상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주는 과정을 보여주고 완성된 커피를 흑설탕과 함께 내어줬다. 그 당시에는 커피를 내리는 도구의 이름이 모카포트인 줄도 모르고 직접 가스 불에 올려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도구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친구의 그 모습과 커피의 맛은 내 기억 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그 뒤 스타벅스나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친구가 내려줬던 그 커피 맛은 따라갈 수 없었다.  그 커피맛을 보고 싶어서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 명동에 있는 '전광수 커피하우스'라는 곳에서 처음 그런 커피를 만났다. 핸드드립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커피는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시절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내가 이걸 못한다 해도 난 커피로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위안을 얻으며 버틸 수 있었고 그 생각처럼 지금은 커피가 생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 결혼

어떤 경우에서도 나를 믿어 줄 아군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감사하고 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니. 연예 초기에는 아내가 자존감 도둑이었다. 아내는 그 시절 자존감 도둑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나를 꼽는다. 고시생활동안 바닥을 뚫고 들어가던 내 자존감을 주기적으로 땅 밖으로 끄집어 내주던 사람은 내 아내다. 평소에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기도 했고 8년이라는 긴 연예기간을 거친 후 결혼한 거라 사귈 떄랑 별 다를 게 있나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에게 반성한다. 여러가지 의미로 다르다.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서로에게 기쁜 일이 생기면 내일처럼 기뻐해 준다. 슬픈 일이 있다면 위로의 한마디와 극복을 위한 행동들을 함께 한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 살아줄 사람이 있다는게 너무나 행복하다. 그렇다고 싸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가고 보면 서로의 발전을 위해 한마디씩 던지는게 싸움의 주요인이다.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고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굳건해진다. 결혼을 통해 책임감도 엄청나게 강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3. 씽큐베이션과 한달

2019년 7월(?)부터 시작한 독서모임이다. 고시를 끝내자고 마음을 먹은 뒤 일단 사회에 나 자신을 내던져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회사를 다니고 커피를 파는 일은 일단 돈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이렇게 벌어서는 희망찬 내일을 그리기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결핍이 행동의 원동력인 것일까? 그렇다고 다시 수험서를 붙잡고 다른 자격증에 매달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지금당장 쓸모가 있는 공부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돈'공부다. 재태크관련 독서모임을 등록하고 추천해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인드셋을 다잡는데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볼 지식을 찾기에는 쉽지 않았다. 수입의 적어도 10%는 저축해라. 이런 말은 지금 당장 내 삶을 바꾸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던 중 재테크 독서모임 단톡방에서 누군가가 체인지그라운드 영상을 하나 올려줬고 채널에 들어가서 글을 읽다 씽큐베이션이라는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알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세상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구나 라는 깨달음에 두 눈이 번쩍 떠졌다.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들도 지금 당장 실천할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특히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나 순간의 힘 같은 책은 너무나도 적용할 부분이 많아서 내 생활을 바꾸는 습관들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12주 간의 독서모임이 끝날 때 즈음 이 씽큐베이션이 정말 좋은 환경설정이지만 이 씽큐베이션이 없어진다면 나는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가? 라는 두려움이 들었다. 다행히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그룹원 분들과 한달쓰기라는 매일매일의 기록을 증명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고 지금은 한달 커뮤니티 내에서 돈을 만드는 파이프라인을 형성하는 '한달머니'의 그룹장을 맡고 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도 힘들어 했던 내가 이제는 매일의 행동을 기록하고 강력한 환경설정을 만들어 동료들과 활동하고 있다니 가끔씩은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동료들의 성장속도를 보고있자면 자꾸만 작아지는 내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절대 한달쓰기를 시작한 이전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행동해야 하는 환경설정이 힘들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나 자신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변할 수 있다는 성장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 




오늘 전환점들을 살펴보며 느낀 점이 한가지가 있다. 내 인생의 전환점들에는 절대 나 혼자 존재하는 순간이 없다. 대상도 다르고 규모도 다르지만 늘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미를 찾고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달이라는 커뮤니티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통해 연결을 확대하고 기회를 만들어 낸다. 연결이 늘어나고 기회가 하나둘 생길수록 내인생의 다음 전환점은 한걸음씩 내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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