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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Jul 31. 2019

시간을 내편으로 만드는 방법.

<1만 시간의 재발견>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등장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일만 시간의 법칙은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의 훈련시간을 거친다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로 실력과 그 분야에 쏟은 경력을 동일시하는 시선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회의 여러 분야에 존재하는 자칭 전문가들을 본다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의사로 20년 이상 활동한 사람보다 뛰어난 젊은 의사들의 사례도 많고 굉장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찾아간 세무사가 케이스에 적용되는 법 조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직원들이 정정해주는 사례도 있다. 이런 사례는 전문직뿐만 아니라 공무원, 교사, 단순 노동직 등 사회 전반적인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시간과 실력에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일까?




<1만 시간의 재발견>의 저자인 안데르스 에릭슨은 성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지만 시간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중요한 요소가 몇 가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로 목적의식과 피드백이다. 이런 목적의식을 가진 노력과 피드백을 결합한 것을 의식적인 연습이라 한다. 이 의식적인 연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1. 완전히 새로운 분야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방법을 알고 있고,
    그것을 위한 효과적인 훈련 기법이 존재한다.
2. 배우는 사람은 자신의 현재 능력을 살짝 넘어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최대치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하다.
3.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진행된다.
4. 신중하고 계획적이다.
5. 피드백과 피드백에 따른 행동 변경을 수반한다.
6.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만들어 수행능력을 발전시킨다.
7. 기존에 습득한 기술의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이를 한층 발전시키거나 수정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일만 시간의 재발견> p.165~p. 166


이 중 심적 표상은 의식적인 연습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심적 표상은 암묵지나 노하우와 비슷한 개념으로 심적 표상의 존재 여부는 한 분야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를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예를 통해 설명하자면 바이올린을 처음 접해본 사람과 숙련된 바이올린 연주자를 생각해보자. 처음 접하는 곡의 악보를 보고 처음 접해본 사람은 곡의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숙련된 연주자는 곡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과 템포를 어떻게 설정해야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미리 상상해볼 수 있다. 실제 연습과정에서도 미리 상상한 모델과 비교를 통해 더욱 빠르게 곡을 습득할 수 있으며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심적 표상의 유무는 같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게 해 준다. 따라서 우리는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단순히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것이 아닌 심적 표상을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나는 최근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글을 쓰기 위한 환경설정과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생각의 덩어리들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연습은 조금씩이나마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장들을 연결해 하나의 유기적인 글로 표현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좋아 보이는 글을 따라 쓰는 것은 아직 역량이 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연습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덩어리들을 연결할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다. 이런 조급함에 책에 나온 밴저민 프랭클린의 사례는 위안과 해결의 실마리를 주었다.


그는 우연찮게 영국 잡지 <스펙테이터>를 접하고 거기에 실린 기사의 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그만큼 글을 잘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방법을 가르쳐줄 교사가 없었다. (중략)
이런 연습에서 프랭클린이 발견한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구사하는 어휘가 <스펙테이터>의 작가들만큼 넓고 풍부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중략)
마지막으로 프랭클린은 글의 전체적인 구조와 논리를 다듬는 작업을 했다. 역시 <스펙테이터>의 기사들을 가지고 작업을 했는데, (중략)
<일만 시간의 재발견> p. 240 ~ p. 242

프랭클린은 하나의 롤모델을 설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를 파악했다. 이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사용해 자신만의 글을 써나갔고 롤모델과 비교하는 피드백을 통해 행동을 수정해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글쓰기에 대한 심적 표상을 완성해 나간 것이다. 


이 사례를 나에게 적용해 본다면 내가 극복해야 할 점은 글의 구조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리 만들어둔 개요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전달력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씽큐 베이션에 올라오는 글들을 분석하고 개요로 만들어 그 개요에 따라 글을 다시 써보고 비교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한번 읽은 책들이고 서평도 써보았으니 새로운 글을 써보는 것보다는 접근이 쉬울 듯하다.




 이번 책을 읽으며 저번 씽큐 베이션 독서모임에서 한 그룹원분이 해주신 말이 많이 생각났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수준까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매주 계획을 세우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한 군데라도 수정할 곳이 생긴다. 계획을 수정할 때마다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이구나 라며 자조 섞인 반성을 하곤 했는데 이 과정 또한 의식적 노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꾸준히 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며 내가 성장하는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도 느껴지고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집중하고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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