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17년만에 새로운 일을 하게 되다

좋게 말하면 조직개편, 않좋게 말하면 방출

by grabhoho


18년 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입사 면접의 마무리 단계에서 부장급이나 임원급으로 보이는 분이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질문이 있다.


입사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평소에 입지도 않던 정장을 입고,

입사면접이라는 부담스러운 자리였기에 나는 긴장되었지만,

나는 용기내어 당당하게 말했다.


제가 입사를 하게 된다면 게임 개발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게임 사업이 메인도 아니었는데,

당시에 나는 게임 개발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렇게 대답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면접관이었다면 바로 불합격시켰을텐데...

몇 주 후 나는 놀랍게도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는 '게임 개발'을 해보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가지고 입사했지만...


회사생활 17년 동안 회사에서는 내게 단 한번도 게임개발 업무를 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당시 면접관은 나를 게임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채용하지 않은게 분명하다.)


그래도 17년 동안 나는 한결같이 제품 개발 업무를 해왔다.

남이 만들어 놓은 S/W를 유지 보수도 해보고,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기존보다 성능을 개선해보기도 하다보니 벌써 17년이 지났다.


이런 내게 며칠 전 큰 변화가 생겼으니...


연말이면 매년 조직개편이 있어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며칠 전 부서장이 나를 따로 회의실로 불러냈다.


회의실로 가는 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오랜 회사생활에서 느껴지는 '싸한 느낌'이 오랜만에 찐하게 느껴졌다.


회의실에서 부서장과 나는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고,

부서장은 이런저런 의미없는 근황을 얘기하다 내게 말했다.


팀장님이 과제 관리하는 조직으로 이동하라고 하십니다.



싸한 느낌은 역시나 틀린 법이 없다.

그렇다. 나는 지금 파트에서 방출되었다.

17년 만에 개발 업무에서 떠나게 되었다.


최근 몇 년을 돌이켜봤다.

새로 합류한 20, 30대의 후배들의 일하는 모습들.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문제해결을 위한 처리속도도 빨랐다.

오후만 되도 눈이 피곤한 나와 달리...

무엇보다 쌩쌩한 체력이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평소보다 퇴근을 서둘렀고, 와이프와 간만에 둘이서 저녁 외식을 하며 나의 방출 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평일에는 술을 마시는 일이 거의 없지만, 이 날은 감자탕에 소주 한잔을 마시며 와이프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2025년 12월.


기존 일에서 떠나보고 싶기도 했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로,

나는 이렇게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 grabhoho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배우 이순재님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