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스에서 배우 이순재님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연예인들의 부고 소식은 종종 접했기에 당시에는 딱히 별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 금요일.
아이가 집에 돌아올 시간에 오랜만에 TV를 켰더니,
정규 방송이 아닌 색다른 제목이 TV 화면 오른쪽 위에 보였다.
MBC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
평소에는 TV를 잘 보지 않지만 이 날은 뭔가에 홀린듯 계속 보게 되었고,
끝까지 다봤다.
중간에 집에 돌아온 아이도 옆에 앉아서 끝까지 함께 봤다.
내게 배우 이순재님의 기억은 이렇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독특한 할아버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욕쟁이 노인.
연세가 있으신데 꾸준히 연기를 하시는 분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고나니,
영상 마지막에 배우 이서진님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듣고나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나는 왜 바로 일어날 수 없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건 배우 이순재님의 '직업에 대한 마음가짐'이 내게 울림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무려 66년 전인 1959년에 대학을 졸업한 뒤 연극에서 연기를 시작하시고,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앞으로 뭘 하고 싶으시냐는 질문에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씀.
나는 수십년 뒤에 뭘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감히 지금의 직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아침부터 그 일이 하고 싶어 미칠 것 같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렇다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 아니 않할 것이다.
한 평생 꾸준히 하고 싶어하시는 일이 있으셨던 이순재님.
나도 언젠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이순재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서도 행복하게 작품 활동을 하시길 바래봅니다.
- grabho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