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아고, 잘한다'
내 인생에서 받은 첫 번째 평가는,
아마도 엄마 뱃속에서 나와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이후에도 이런 저런 평가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유치원에 가서는 재롱잔치를 할 때,
학교에 가서는 좋은 성적을 받아왔을 때 등등.
내 삶은 누군가로부터 받는 평가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시험에 합격해 첫 출근을 했을 때,
이제 더이상의 시험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입사합격 문자보다 나를 더 기쁘게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큰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야, 임마! 그걸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해!!!"
처음 부서에 배치를 받고 내가 했던 일을 보더니,
함께 일하던 과장님(님이라는 글자를 붙이고 싶지 않다),
아니 과장이 사무실 전체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외쳤다.
회사일은 시험지에 답을 쓰지만 않을 뿐,
형식만 다른 시험의 연속이다.
매일 하는 일에 대한 상사의 피드백,
1년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고과 평가.
시험은 1년 내내 이어지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동안 이 과정은 매년 무한반복된다.
회사를 다니고 있기에 돈에 관련해서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입사 후 십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늘 불편하다.
언젠가 고등학교 친구들의 모임에서 내가 회사에서 시험을 봤다는 말을 하자,
한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넌 학교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시험보니?"
그 때 한 방 제대로 먹은 느낌이 오늘 간만에 다시금 뜨끔하게 느껴진다.
- grabho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