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앙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일라 Dec 01. 2022

의도가 있는 머무름: tarry

하루 한 절 성경묵상탐구(1) 사도행전 9장 43절 

*웨일즈 공동체에서는 늘 하루 한 절만 가지고 깊게 묵상을 했었다. 내가 함께했던 영국의 선교회 '네이션스(nations)'와 '호라이즌스(horizons)'의 창립자인 롤랜드 에반스(Rawland Evans) 선교사님의 공동체 규칙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 절로 묵상할 게 있을까? 하지만 의외로 유명한 구절이나 의미가 없어 보이는 구절이어도 꼭 묵상되는 건 있었다. 말씀은 그 정도로 신비한 것이다. 한 절을 깊게, 한 절 안에서의 하나의 단어를 깊게 파고들면 다채로운 의미들이 펼쳐진다. 


2022.12.01 목요일 

행 9:43
    (개역개정) 베드로가 욥바에 여러 날 있어 시몬이라 하는 피장(무두장이)의 집에서 유하니라
    (KJV) And it came to pass, that he tarried many days in Joppa with one Simon a tanner. 

등장인물: 베드로, 무두장이 시몬


36절~42절까지는 베드로가 욥바에 다비다라는 선행으로 이름 난 여성의 죽음을 전해 듣고 욥바에 와서 과부들과 함께 그녀를 위해 운다. 과부들이 다비다 생전에 그녀가 자신들에게 만들어 줬던 옷을 내어 보인다(39). 베드로가 죽은 다비다와 홀로 있으며 기도하고, 시체에게 '일어나라(arise)'고 말한다. 다비다가 일어나 앉고 이후 성도들과 과부들이 그것을 본다. 그 일로 인해 온 욥바 사람이 듣고, 많은 이들이 주께 돌아온다. 


이 장면은 나사로를 무덤에서 일으키신 예수님이 겹쳐 보인다. 사실 엄청난 일 아닌가? 그런데 그 이후 드러난 베드로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으로 되돌아간 것 같이 보일 정도다. 죽은 자를 살리는 인간에게 아주 위대한 기적을 행했음에도 이후 드러나는 43절의 베드로는 평범하게 일상을 보낸 것 처럼 나와 있다. 무두장이인 시몬의 집에 여러 날 '거했다(tarried)'고 말한다. 물론 베드로가 단지 그곳에서 시몬과 함께 일상을 보냈는지 혹은 욥바에 머무르며 많은 새신자들을 양육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고 있는 것은 어쨌든 베드로가 시몬과 함께 잠시도 아니고 여러 날 '거했다'고 말한다.


킹제임스 성경에서는 'tarry'가 사용되었다. ESV/NIV에서는 stay를 쓰고 있다. 찾아보니 stay와 tarry는 어감 자체가 다르다. stay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듯 말 그대로 '거하고, 머무른다'의 의미다. 다만 tarry는 linger와 유의어이다. '지체하다', '늑장 부리다','오래 머물다' 등의 의미에 가깝다. 즉, 의도적으로 시간을 오래 끌면서 머무른다는 의미이다. 룻다라는 다른 지방(9:32)에서 사역하고 있다가 성도들이 불러서 욥바로 왔고,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게 된 것이다. 


tarry라는 단어의 헬라어 원어를 픽트리 성경을 통해 찾아보았다. '메노'라는 기본동사이다. 

    단어 정의는 (주어진 장소, 상황, 관계 또는 기대속에서) '머물다', 거하다, 계속하다, 거주하다, 참다, 남아있다, 서다 등 다양한 단어가 쓰여 있다. 원어의 단어가 더 다양하고 심층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 듯하다. 


의도가 있는 머무름이다. 

  주어진 장소/상황/관계/기대 속에서.

 거하는 것 자체가 (무언가를) 계속하고, 참는 것이었다. 


이 단어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알아보기 위해 단어 정의에 마크된 요한복음 15장 4절과 베드로전서 1장 25절을 찾아보았다.


요15:4

    (개역개정)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KJV) Abide in my, and I in you. As the branch cannot bear fruit of itself, except it abide in the vine; no more can ye, except ye abide in me.


벧전 1:25 

    (개역개정)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

    (KJV) But the word of the Lord endureth for ever. And this is the word which by the gospel is preached unto you.


아마 익숙할 듯한 포도나무 가지 비유의 예수님 말씀에도 '메노'가 쓰였다. 그것도 세 번이나! 사도행전 9장의 tarry와 요한복음 15장의 abide는 같은 단어다. '거하는 것'. 단지 머무름(stay)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오래 참고 기다리며 거하는 것(tarry)이다. 


베드로전서 1장에서의 endures도 '메노'이다. 여기에서 문자적으로는 '남아있다', '지속되다'의 의미이다. 역시 endure에는 '참다', '인내하다'의 의미도 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감수하고 참고 지불하며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죽음이 지불했던 것과 같이. 

이 구절은 역접접속사 but으로 시작되어 앞의 내용과 대비되는 내용을 서술한 구절이다. 앞 절을 보자.


벧전 1:24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그러나 주의 말씀은 영원토록 있도다(endures).


하나님의 말씀이 영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전해진 그 '복음'. 곧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사심이다. 우리가 그것에 거하면 열매를 맺는다. 


베드로의 여정을 묵상했는데 베드로전서 말씀에서 다시 '메노'를 보게 된 것이 의미가 있다. 다시 행 9:43으로 돌아가 보니 베드로는 하나님의 말씀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거했고(abide), 시몬과 머무르며(tarry) 그들의 육체의 함께함과 더불어 영으로도 함께 하나님의 말씀 안에 거하도록 도왔을 것이다. 귀한 한 영혼이 구원에 이르도록 말이다. 


오늘 내가 먼저 하나님 말씀 안에 거하기를(abide) 기도한다. 나의 여정이 어디로 시작되고 어디로 방향을 바꾸던지 하나님 말씀 안에 거한다면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분이 사랑하는 한 영혼과 함께 먹고 지내며(tarry) 복음을 나누고 싶다. 그것이 일생의 전부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것은 사실 엄청난 소망이다.

 풀의 꽃과 같이 쓰러지지 아니하고, 영원히 거하는 자가 되는 것이기에. 






매거진의 이전글 젊었을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