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입국까지의 험난한 여정
2016년 3월 10일.
드디어 출국하는 날이다.
조금만 있으면 비행기를 타고 '그 곳' 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이, 아직은 잘 실감나지 않는다.
오후 시간대인 인천국제공항은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인천공항은 우리 나라 영토 안에 있는 게 맞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세계인 것만 같다.
그 날 내가 마주한 공항은 꼿꼿한 자세의 승무원들이 줄을 맞추어 걸어가는 곳,
내 몸집만한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
어디 국적인지도 모를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곳,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곳이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항공편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탑승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무거운 이민가방을 끌고 입국 수속을 마쳤다.
내가 타게 될 비행기는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 항공사의 베이징 경유 후 밴쿠버로 도착하는 항공편이다.
그런데..
경유 시간은?
24시간+이다.
최저가였으니까!
정착비로 100만원정도밖에 들고가지 못하는 터라 최대한 모든 지출을 아껴야 했다.
그래서 묻따말 최저가가 될 수밖에.
난 캐나다 물가도 잘 모르는데
비싸기로 소문이 한국까지 파다한 밴쿠버에 간다.
그리고 지금으로서 내가 낭비할 수 있는 건 오직 젊음과 시간이었다.
게다가 베이징에 24시간을 머무르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하루 베이징을 얹어 준다니. 살면서 가능한 한 많은 곳을 가겠다는 욕심이 있는 나로서는 꽤 괜찮은 제안이었다.
게다가 항공사 측에서 무료 에어텔까지 제공한다.
나처럼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여행자에게는 최적의 옵션!
이걸 쓰고 있는 지금도 다시 가라면 가고싶다..
베이징으로 향하는 데 두 시간. 비행기가 심할 정도로 흔들렸다.
정말이지, 항공권을 끊을 때 자신감 넘치게 젊음을 파네 마네 운운하던 나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의 운항이었다.
그리고 힘든 비행 뒤...
이제는 에어차이나를 선택한 나의 선택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 짐을 찾았는데
내 이민가방이 크림빵 터지듯 끝이 터져 있는 것이었다..
가는 시작부터 이거 좀 불안한걸 하면서도 허허 웃어넘기고
한 시간이 넘어서까지 오지 않던 호텔 픽업 차량을 겨우 탔다
호텔에 도착한 나는, 가방이 터진 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달 전 중국을 여행할 떄 습득한 중국어를 써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나는 호텔 프론티어에서 다짜고짜 서 있던 직원들의 안부를 묻고,
그분들의 나이도 모르면서 꺼거(오빠) 지에지에(언니) 라고 부르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그때의 나는 참 친화력이 좋았던건지 개념이 없었던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쨌건 그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그분들은 자기들이 하는 말은 한 자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당돌하게 중국어를 하는 나를 신기해했다.
그리곤 나의 찢어진 이민가방을 긍휼히 여겨
어딘가에서 가져온 청테이프로 터진 부분을 완전 봉쇄해주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큰 그림이 완성된 것 같았다
픽업차량에서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것처럼 보이는 남자분을 만났다.
어쩌다 보니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되었고
우육면을 꼭 먹고야 말겠다는 나의 의지에 끌리신 듯
식사까지 함께하게 됐다.
그 분의 최종 행선지는 뉴욕이라고 한다.
"왜 뉴욕에 가세요?"
"꼭 공부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전역하고 나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아하, 뉴욕에 유명한 학교가 있나요?"
"그렇기도 한데, 뉴욕이잖아요."
그렇다. 뉴욕이라서다.
자본이나 문화의 시선으로 보자면 역시 세상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
(코로나시대를 사는 지금은 다른 답변을 할 수도 있겠지만.)
뉴욕은 <위대한 개츠비>의 초록 빛과 같은 곳이 아니었을지.
나 또한 지금의 여정을 시작한 것은
'어떤 불빛'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여행의 첫 시작부터 다른 행선지지만
같은 전환점을 꿈꾸며 내딛는 첫 발걸음을 함께하는 이를 만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쉽게 오지 않는 축복인 것 같다.
정말 가서 잘 살수 있을까? 일자리는 구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
누군가 '너의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야' 하고 응원하는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아니, 사실은 너무 설레는 시작이다.
이제 정말 밴쿠버로 간다.
Into the unknown.
*캐나다 밴쿠버에서 필자가 2016-2017년간 경험했던
워킹홀리데이 때의 일화들을 회상하며 생생하게 적습니다.
코로나 시대로 하늘 위 여행이 힘든 요즘
방구석에서 추억을 여행하면서
감사했던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다시 여행할 날들을 희망하기 위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