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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라 Feb 08. 2022

원하지만 원하지 않는다

무엇을 소망해야 하나?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있기에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도피하는지 모르겠다. 삶이 무엇이기에 누군가는 이기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도망치려 하며 왜 세상을 가진 듯 기뻐하고 끔찍하게 절망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살게 하며, 어떤 때는 죽음으로 내몰아 버리는가. 인간 몸에는 생존에 특화된 수많은 유전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 모든 것의 독특한 조합이 정녕 우리를 살리고 죽이는 모든 것인가? 


전도서의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이 헛되다(all is vanity)".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얻은 솔로몬 왕의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소망해야 하는가? 우선은 솔로몬 왕이 가지고 있던 부와 명예, 지식과 지혜, 사랑을 다 누려본 다음에야 결론을 내자고 말할 것인가? "당장 소망할 것은 그것뿐이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얻기 위해 간다", "최소한 이 정도는 이루어야 그 다음을 논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소망할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우선 눈앞의 경주를 달려야 한다. 그러나 결승에 도착해서는 어쩔 것인가? 이기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꿈처럼 사라지고 나만 사망의 결승에 남는다면? 그 때 다시 무엇을 소망했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까? 나는 그것이 두렵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그 진실이라는 것이 한 순간만이라도 나에게, 이 세상에게 주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말이다. 나는 지금도 속고 있으며 남들을 속이는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모든 불분명한 것에서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진실을 꿈꾼다는 것이다. 그 진실의 기준도, 어디서 온 건지도 도무지 알지 못하나 나는 그것을 강렬하게 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맹렬하게 거부하고 싶다. 간단하게 살고, 눈앞에 보이는 것을 위해 살고, 그것을 믿고 싶다. 그것들도 나에게 충분한 의미와 행복이 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도 그렇게 산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나를 똑똑하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진실을 원하지만 원하지 않는 그런 복잡한 존재다. 인간은 여러 가지 의미로 복잡하니까. 그래서 나는 모든 간단한 공식들을 치워버리고 복잡한 증명 속에 나를 맡길 수 밖에 없다.나의 천상의 기쁨, 지옥의 고통. 그 모든 것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실의 어렴풋한 그림자라도 만지리라. 영원을 원하는, 결코 잠들지 않는 자아를 깨우기 위해 나의 육신은 잠에 들어야 하리라.


Photo by Iphone 5s 

Pambroke, Wales,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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