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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라 Mar 26. 2022

영국의 동네 수영장은 무엇이 다를까

두 번째 수영일기_영국의 수영장


나는 수영을 한다. 코로나 등 공백기가 꽤 있지만 2019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수영은 나의 일부가 되었다.

*수영에 대해서도, 수영이 내게 중요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이전에 올린 아래의 글을 참조해주기를 바랍니다. 체력이 약하고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필자가 1km 정도의 목표를 정하고 운동하며 깨달은 것을 정리한 글입니다.


https://brunch.co.kr/@grace-ayla/52


나는 지금 웨일스의 클라네클리라는 곳에서 잠시 체류하고 있다. 한국을 떠날 때 수영을 당분간 못한다고 생각해 꽤 아쉬웠는데 이곳에도 가까운 곳에 수영장이 있었다. 무엇보다 함께 지내는 동역자분들의 도움을 받아 할인까지 받아 한국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수영을 다니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한국을 떠나기 싫은 이유 중 하나도 나의 일상 속 중요한 루틴이자 스트레스 해소책인 수영을 못하는 것이었는데.. 나의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이 모든 것도 섬세하게 알고 계셨던 거다.) 그래서 지금까지 약 일주일 간 클라네클리 레저 센터의 수영장에 다니면서 내가 다녔던 한국의 동네 수영장과 다른 점을 비교해서 써보기로 하였다. 혹시나 수영인들 중에 흥미 있을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이다. 제목은 영국의 동네 수영장은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이지만, 한국과 영국의 모든 동네 수영장을 일반화해서 비교하는 것을 아님을 우선 밝혀둔다.


클라네클리 레저 센터


내가 본 영국의 동네 수영장은 다섯 가지 정도로 특이점이 추려진다.


1. 수영하기 전 탈의할 때 수영복을 안에 입고 와서 겉옷만 벗는다. 들어가기 전 비누칠을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했다간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뭇매를 맞을 것이다. 입수 전에 샤워를 하는 건 몸에 붙은 먼지(?)를 씻기 위해서이다. 목욕탕에서 샤워 후 들어가라고 권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 듯하다. 수영장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몸을 담그고 호흡하고 때로는 의도치 않게 마시기까지(..)하는 물이니 가능한 한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수영 전 샤워는 하나의 에티켓이 되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달랐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분께서 말씀하시길 코로나 이후 탈의실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어 이런 식으로 바뀐 것 같다고 한다. 수영이 끝나고도 탈의실에 들리지 않고 큰 타올로 몸을 닦고 겉옷을 대충 걸친 후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2. 자유수영 시간에 장비 사용이나 다이빙에 대해 관대하다.


한국 수영장에서는 다칠 수 있다는 이유로 강습 시간이 아니면 오리발 사용을 못하게 하거나 다이빙도 금지시킨다. 물론 가끔 숏핀이나 땅콩 등 주변에 크게 피해되지 않는 장비들은 한국 수영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듯하다. 이곳에서도 아직까지 롱핀을 사용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다양한 장비들을 가지고 와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이빙도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몇 번이고 혼자 연습할 수 있다. 이곳 수영장의 절반은 4미터 풀(pool)이어서 다이빙 연습하기에 완전 최적이다. 다이빙 연습이 필요한 나에게는 희소식이다. 물론 한국 수영장에서도 사람이 없거나 안전요원과 친하면 한두 번 다이빙하는 건 눈감아 주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안 된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한국 수영장은 강습시간이 대부분의 레일에서 많은 시간 이루어지는데, 영국의 이 동네 수영장에서는 운영하는 강습이 특별하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장비나 다이빙을 하는 데에도 큰 제한을 두지는 않는 듯했다.


3. 레일에 인원수 제한이 있다.


이건 아마도 코로나 이후 운영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무작정 가서는 안 되고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한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데 시간당 최대 수용인원을 정해놓기 때문이다. 레일마다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이 철저하게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수영을 도는 규칙도 인원수마다 다르다.


 이 동네 수영장은 세 개의 레일로 나누어져 있다. 아마 초급/중급/상급인데 초급과 중급은 한국에서 왔다 갔다 하는 하나의 레일, 즉 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레일 기준 두 개 정도 사이즈의 레일이 구분 없이 합쳐져 있다. 사람이 4명 이상이면 그 레일 안의 모든 수영인들은 한 방향으로, 레일의 바깥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운데의 두 사람 정도 지나다닐 수 있는 레일이 비게 되는데, 여기는 추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앞질러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는 셈인 거다. 인원에 따라 같은 레일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합의해서 대충 이렇게 왔다 갔다 합시다 하고 말을 하기도 하고, 안전요원이 둘러봤다가 이러이러한 식으로 도십쇼 하고 말해주고 가기도 한다. 해보니까 이해되지만 처음에 설명을 들었을 때는 조금 생소하고 어리둥절했다.


나는 중급 레일을 주로 이용하는데, 그 레일 안의 사람들이 4명 이하면 자신이 가는 자리에서 오고 가고를 반복할 수 있다. 대신 구분이 되는 선이 없기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유형을 할 때는 시선이 아래로 향하게 되는데 혹시나 내가 경로를 이탈할까 누군가와 부딪힐까 하는 마음에 긴장돼서 고개를 가끔 들어 확인해야 했다.


4. 물이.. 너무 따뜻하다!


각 수영장 물 온도에도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겠지만, 처음 영국 수영장에 와서 놀랐던 건 물이 너무 따뜻하다는 것이었다. 아니, 눈이 펄펄 오고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 날씨도 아닌데 물이 이렇게 따뜻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수영장 물이 따뜻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아주 추운 겨울에야 조금 미지근하게 하는 정도지, 차가우면 차가웠지 따뜻하지는 않다. 그리고 따뜻하지 않은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수영을 하다 보면 몸에서 열이 나기 때문이다. 처음에만 살짝 춥지 수영하다 보면 그 정도의 온도가 상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 수영장은 왜 이렇게 따뜻한 거야? 이 부분이 가장 적응이 안 되고 힘들었다. 처음 수영장에 들어서서 얇은 수영복만 걸치고 휑한 공기와 차가운 물에 오들오들 떨면서 그 추위를 떨쳐내려 열심히 팔다리를 휘저으면서 몸을 덥히는 것이 얼마나 상쾌한데.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영국에서 수영하는 첫날은 수영을 하면 할수록 힘이 들고 호흡도 힘든 느낌이었다. 자유수영 때는 1km를 최소치로 잡고 수영하는데 300미터도 채 하지 못해 몸이 처지고 노곤해지는 기분이 들었었다. 이제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데 그때는 수영장 물 온도가 내려가길 바란다. 그전에 내 몸이 적응할지도 모르겠지만.


5. 이곳 사람들은 몸 닦을 때 큰 수건을 사용한다.


이건 수영장의 특징은 아니지만 샤워 후 영국인(혹은 서양문화권)과 한국인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 수영장을 오래 다녔지만 호텔에서 주는 긴 샤워 타월 같은 수건을 사용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단 한 번도.. 그런데 여기서는 모두가 다 큰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우리는.. 다 알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바로 그 사이즈의 수건을 쓴다. 그걸로 몸도 닦고, 머리도 말린다. 그런데 현지에서 사시는 한국분께서 웃으면서 이곳에서 이 수건을 사용하는 건 한국인밖에 없다고, 영국 사람들이 그 수건으로 몸 닦는 걸 보면 놀라더라 하며 말해주셨다. 그렇게 들으니 왠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근 30년을 그 수건으로 몸도 닦고 머리도 말렸는데 말이다. 오늘도 수영장에서 샤워를 하는데 옆에 같이 씻던 할머니가 큰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내가 쓰는 사이즈의 수건으로는 머리를 올리는 걸 보니 정말이구나 싶었다. 나도 큰 수건을 사야 하나 싶은데 귀찮아서 당분간은 꿋꿋이 작은 수건을 사용할 것 같다.


제가 다니는 동네 수영장입니다.






총평:  그래서 어디가 더 좋은가?


영국과 한국 중 어디 수영장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나는 한국 수영장을 오래 다녔기에 당연히 그쪽이 더 익숙하고 편하다. 무엇보다도 이곳의 '따뜻한 수영장 물'이 적응이 잘 안 되어 호흡할 때 힘들고, 몸이 노곤해지는 느낌이 든다. 또 수영복을 입고 와서 바로 겉옷만 벗고 들어가는 게 편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영장 물의 찝찝함이 남아 있다.


그래도 벌써 적응하고 있다. 여기서 적응해서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수영장이 냉탕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온탕이든 냉탕이든 물속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며 몸과 정신을 맑게 할 수 있다면 감사할 이유가 충분한 듯하다.


 



[영국에서 하루에 한 편 에세이] : 2022년 3월 중순부터 약 6개월간 영국 웨일스에 체류하는 필자가 아무 주제로나 하루에 한 편 에세이를 씁니다. 글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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