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일라 Jun 24. 2022

절대 안 될것 같은 플립턴 도전기 (1)

세 번째 수영일기_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는데

수영을 시작한 지 거의 4년 차에 접어들고, 코로나 이후 다시 수영을 재개한지도 1년이 넘어간다. 영국 웨일즈에 잠깐 체류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 동네 수영장 아침 수영 멤버로 나름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영국의 동네 수영장을 다룬 글이 내 브런치에서는 가장 인기가 많았기도 하고, 수영을 하면서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 많아 수영일기를 써보려 한다. 


영국의 수영장을 다룬 글 (매거진 이전글):

https://brunch.co.kr/@grace-ayla/92


영국이든 한국이든 수영을 하는 것은 거의 비슷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금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 한국 수영장에서는 멋진 접영을 선보이거나 열심히 시도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었는데(나는 언제나 후자 쪽이다), 이상하게도 내가 다니는 영국의 수영장에서는 접영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거의 자유형을 한다. 혹은 가끔 평영을 한다. 간간히 배영을 하는 사람은 있지만 접영은 거의 보지 못했다. 접영이 허리에 무리가 가는 영법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모르는 악명이라도 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플립턴(출처:구글 이미지)


반면에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턴을 영국에서는 많이 보았다. 바로 '퀵턴'이라고도 불리는 '플립턴'이다. 수영을 조금 했다 싶은 영국의 남성 수영인들은 거의 플립턴으로 왔다 갔다 하며 수영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없는 게 아니라 못 본 것이겠지만, 한국 수영장에서 플립턴으로 도는 사람들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플립턴은 수영선수들이 경기에서 구사하는 기술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수영 강습에서도 플립턴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더욱이 선수급의 사람들만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영국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그렇게 몸을 말아서 돌아 나가는 걸 보니 멋있어 보여서 나도 해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이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학창 시절 체육 시간에 앞구르기를 잘 못하는 유연성 없고 두려움도 많은 학생이었다. 지금도 앞구르기를 하라면 자신이 없다. 그래서 몸을 돌리는 것 자체가 아무리 물 속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함께 수영을 다니는 형제님께서 동작을 하는 법을 알려주셨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봐서 대충 어떻게 진행하는지 이해는 했지만 머리가 이해한다고 몸이 따라갈 리 없었다. 


몇 번 시도해봤지만 몸이 돌아가지 않았고 반쯤 돌아가다가 땅을 짚고 나오는 일이 예사였다. 게다가 머리를 돌리니 물이 들어와서 코가 너무 매워 죽을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몸을 돌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 나는 결국 안 되겠구나, 그냥 자유형이나 열심히 해서 먼저 기록이나 갱신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겼다. 이제 4가지 영법도 그럭저럭 구사할 줄 알아서 더 이상 배울 것이 많지 않은 줄 알았는데 또 배우고 넘어야 할 숙제가 하나 생긴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하는 자유형도, 평영도, 접영도 처음부터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으니까. 절대 안 되겠는데 해도 하다 보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플립턴이라고 왜 안 되겠는가? 


안 되는 플립턴을 시도하면서 수영장의 물속 안 벽을 바라볼 때 나는 다른 것들을 떠올렸다. 바로 이것처럼 내가 '넘지 못하는 것'들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도무지 진행이 안 되고 있는 나의 소설과 글들이었다. 멋지게 돌아 벽을 치고 나오는 플립턴의 그림이 내 머릿속에 있는 것처럼 내가 쓰고자 하는 글들의 윤곽은 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번번이 내 몸이 돌아가지 않고 코가 맵도록 물만 마시는 것처럼, 나는 그 순간 글들을 쓰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더욱 플립턴을 성공하자는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완성된 글을 쓴 적이 드문 것처럼. 이제껏 몸을 잘 돌려본 적도 없는 내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플립턴의 동작을 완벽히 성공하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더 많은 시간과 시도를 통과해야 했던 것이다.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국의 동네 수영장은 무엇이 다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