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너를 응원해
지난달에 다녀온 오사카 여행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 갔던 것보다 이틀 동안 교토와 덴덴타운에서 건담 쇼핑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제주에서 못 보던 건프라들을 보고는 박수를 치며 깡충깡충 뛰던 아이의 모습은 정말이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것들을 이번 일본 여행에서, 아니 건담에게서 배웠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했던 ‘공부’라는 영역이 아이에게는 훨씬 입체적이고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제집을 펴고 책상에 앉아 각 잡고 하는 공부만 공부가 아님을 알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쏟아 알아가는 것 또한 공부였다. 아이에게는 아주 즐겁고 행복한 놀이이자 공부인 셈이다. 아이는 건담에 대해서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할 만큼 열의가 대단하다. 얼마 전부터는 건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캐릭터들을 그리고 설명을 빼곡히 써 내려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리기와 글쓰기를 스스로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흐뭇하기도 했지만 신기한 마음이 더 컸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잘 크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건담에 대해 같이 알아보고 영화도 같이 보고 건프라도 만드는 남편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 년 전 육지에서는 나의 조급함과 팔랑귀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상에 앉혀놓고 문제집을 풀도록 시켰다. 그때와 지금은 정말 많이 비교가 된다. 나의 조급함과 팔랑귀는 제주에 와서 완전히 사라졌다. 일단 우리가 사는 곳은 학원이 두세 곳 밖에 없다. 사교육 시장이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고, 들을 정보도 없다. 그동안 육지에 살 때는 어떤 사교육을 시켜야 할지,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아이에게 좋다는 교육을 검색하고 알아보는 데 여가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잘하는 강점보다는 부족한 점을 더 면밀히 찾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그 시간에 나는 나의 일을 한다. 부모인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즐겁게 살수록 아이는 더 잘 크는 것 같기 때문에 내 인생과 내 시간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아이를 방치하거나 방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넓은 운동장을 제공하고 아이에게 공부할 자유를 제공할 뿐이다. 우리는 나무에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울창한 숲을 보지 못한다. 나는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둠으로서 아이의 성향, 아이의 관심사, 아이만의 방식과 강점에 집중하기 시작했더니 행복한 시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시작은 아마도 아이를 완전한 존재로 인정하며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존중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