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워킹맘, 퇴사했습니다.
퇴사자의 일상 회복기
22년 여름. 나는 퇴사했다.
18년 차 직장인, 그중 10년은 워킹맘이었다.
'워킹맘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나를 정의하던 말이 이제 과거형이 되었다.
나는 (자타공인) 꽤나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나하나 일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상사에게 인정받는 성취감을 좋아했고 야근과 책임, 늘 따라다니는 긴장감까지도 일하는 여자로서 모든 것이 당연했다.
아이를 낳고 3개월 만에 망설임 없이 복귀했을 정도로 나에게 직장은 돈을 버는 곳, 그 이상이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쏟아부은 것이 문제였을까.
성취감으로 대신하기엔 벅찬 일들이 계속되었다.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최고치였던 어느 날.
술이나 한잔하자는 동료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속상하고 지친 마음을 꾹꾹 참으며 집으로 향했다.
돌아온 집은 역시나 엉망진창이다.
만들기에 꽂힌 열 살짜리 여자아이는 하루 종일 종이를 오린다.
만들다만 종이 조각과 (그놈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산더미다.
아이는 퇴근하는 내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며 TV에 정신이 팔려있다.
올해 70대 중반이 된 친정 엄마는 나보다 100배는 지친 모습으로 식탁에 엎드려있다.
식탁에도 아이의 문제집, 노트, 연필들이 가득. 거실 소파에는 개어놓은 빨래와
마구잡이로 벗어놓은 아이의 옷이 앉을 틈 없이 섞여 놓여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도 집도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안 그래도 상한 마음에 울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지니 차라리 담담해졌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고 집안을 대충 치웠다.
이게 무슨 일인지, 내 마음이 이게 뭔지 모르겠다고. 그날 밤 다이어리에 넋두리를 적고 잠이 들었다.
왠지 소리 내어 속상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사치인 그런 날이었다.
회사와 나, 집을 이어주던 연결고리가 툭하고 끊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퇴사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