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과 무기력증의 콜라보

퇴사자의 일상 회복기

by 그레이스

퇴사를 하기 몇 개월 전부터 지독한 번아웃에 시달렸다. 냥 지나가는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과 우울감이 일상을 지배했다.


평소 같으면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회복됐던 에너지가 아무리 책을 읽고 좋은 음악을 들어도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퇴근 후에는 꼼짝하지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보다 새벽까지 잠 못 드는 일이 계속되었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충동적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에 몇 번씩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시시한 농담으로 시간을 때웠다. 매일을 후회로 시작하고 후회로 끝다.


근무 시간에 일을 하면서도 내가 과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잘 맞는 사람인지, 회사에 쓸모 있는 사람인 지에 대해 끝없이 의문을 가졌다. 자괴감에 빠졌고 작은 지적이나 실수에도 쉽게 무너졌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 있게 빛나던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주말이면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아이를 밀어내고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틀어주고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충동 구매로 배달되어 오는 물건들이 족족 쌓여갔고 내 마음속은 점점 더 엉망이 되었다.


일요일 오후면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정해야 했다.

회사와 집, 양쪽을 양립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렇게 엉망으로 보내는 일상이 나와 내 가족에게 독이 되고 있었다.




지독한 번아웃과 무기력증의 콜라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지금은 나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다시 일어서는 중이다.


묵은 마음을 털어내고 새로운 다짐으로 나를 다시 채우고 있다. 일상과 나, 가족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한다.


18년 간의 회사 생활은 끝났지만 나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다.

긴 세월의 경험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의 내 선택이 후회스럽지 않도록

잘 사는 나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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