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미니멀 라이프

퇴사자의 일상 회복기

by 그레이스
내게 가장 잘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 끝에
진짜 미니멀 라이프가 있다.




한 때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돈을 쓰는 것'이었다.

깔끔한 그릇으로 가득 찬 주방, 유명한 브랜드의 테이블이 있는 거실. 뽀송한 호텔 침구류로 꾸며놓은 침실을 가져야 미니멀한 집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SNS 속의 하얗고 예쁜 집이 그렇게 부러웠다.

정신없이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기보다는 겉모습이라도 그럴싸하게 만들고 싶었다.


마음이 설레는 것들만 가지고 있으라는 말을 '집에 있는 구질 구질한 것들은 다 버리고 새로 사!'라는 메시지로 재해석했다. 일단 비싼 것을 고르는 것이 고급스러운 안목이고 비싼 물건이 나를 설레게 하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호텔 같은 침실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몇 십만 원을 주고

'호텔식 침구' 세트를 장만했다.

받아서 침대에 세팅해 보니 포근하고 사각사각한 느낌이 드는 것이 과연 돈 값을 하는구나 싶었다.

잘 사용하던 실용적인 솜이불은 이불장 구석으로 사라졌다.

이불이 있는데 또 샀냐는 가족들의 핀잔에 침구류만큼은 고급이어야 한다고 큰소리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 몇 십만 원짜리 이불을 산 것을 후회하게 된다.

사각사각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식 이불'은 나의 잘못된 세탁으로.. 충전재가 한쪽으로 쏠린 거대한 콩주머니가 되었다. 한쪽은 홑 겹만 남아 종잇장처럼 되고 반대쪽은 충전재가 두툼해진 이불의 행색을 보고 아이와 남편이 키득거렸다.

방망이로 두들겨 보고 다시 건조도

해 보고 했지만 나의 능력으로는 복구되지 않았다. 이불 빨래라고는 처음 해보는 초보 손에 나의 고급스러운 이불은 무용지물이 되고야 만 것이다.




물건을 고를때는 나의 성향과 스타일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많은 시행착오 끝에 알게되었다. 아무리 좋다는 물건도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아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내향형에 늘 적당하게 살아가는 나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물건이 제격이다. 적당한 에너지를 들여도 편하고 무난하게 유지되는 물건들.


세탁이 편하고 들고 만지기 가벼운 이불, 조작이 간단한 캡슐 커피 머신처럼 작은 에너지로 내 기준에 괜찮은 결과를 주는 물건들이면 딱 좋다.




내가 정의 내려본 미니멀 라이프는

감당할 수 있는 삶이다.

무언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사고 싶거나 바꿔보고 싶을 때는 꼭 필요한지와 더불어 감당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을 함께 던져본다.


값어치 있는 물건을 먼지 쌓이지 않게 관리하고 제 빛을 내게 할 수 있는지, 사진 속처럼 그렇게 근사하게 감당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가지고 있는 것을 충실히 소비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린다.

가지고 있는 것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잘 닦아내고 쓰임에 맞도록 사용하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지만,

세련되고 예쁘지 않지만

집의 물건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질서를 가진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내 마음에 충분한 설렘을 준다.



더 이상 하얗고 예쁜 집에 욕심내지 않는다.

오늘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

내게 부담을 주는 것들은 걷어내며 딱 감당할 만큼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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