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지난 초밥 소스와 함께 버린 것
퇴사자의 일상 회복기
그것은, 후회하는 마음이다.
일상에서 후회의 순간을 걷어내야겠다.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초밥용 소스와 고추냉이를 찾았다. 둘 다 절반도 쓰지 못했고 1+1 상품이었는지 새것으로 하나씩 더 있다. 가끔 쓰는 재료들을 왜 대용량으로 쟁여둔 걸까. 내가 왜 이랬지.. 버려야 하는 물건도, 돈도 모두 아깝다. 후회스럽다.
일상에서 후회를 참 많이 하며 산다.
매번 같은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후회를 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10분만 일찍 준비하면 되는데 그 시간을 미루다가 번번이 택시를 탔다.
밀리는 출근길, 택시를 타는 순간부터 뼛속 깊이 후회를 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지금도 그렇다. 내 의지대로 모든 행동을 결정해야 하니 오히려 후회할 일들이 늘어난다.
쌓여있는 설거지를 외면한 체 휴대폰을 쥐고 눕는 순간, 싸다는 이유로 1+1 행사 상품을 결제하는 순간.. 등등
마음속의 찝찝함을 무시하고 매번 후회할 것이 뻔한 선택을 한다.
유통 기한이 지난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초밥 소스를 냉장고에서 꺼내며 문득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쏜살같이 지나가는 하루, 불필요한 후회로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내 일상에서 후회를 걷어내 봐야겠다.
후회의 감정이 사라진다면 훨씬 내게 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후회 리스트'를 만들었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쭉 적고 매일 지켰는지를 형광펜으로 그으며 체크했다.
설거지 미루지 않기.
누워서 휴대폰 보는 시간 없애기....
세밀할수록 더 잘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형광펜이 많이 칠해진 날은 잘 살았고 그렇지 못하면 후회에 죄책감이 얹어졌다. 플래너의 빈칸이 많아지고 '후회 리스트'는 곧 무너졌다.
선택의 순간,
미래의 내가 좋아할 것을 택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가 일상의 질을 결정한다. 후회를 줄이려면 '선택'을 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행동 뒤의 내 감정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후회할 것인가, 아닐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다.
식사 후 설거지 거리들을 싱크대에 넣고 나면 고민이 된다. 빨리 해버릴까, 아니면 그냥 놔두고 한꺼번에 할까. 이렇게 망설여질 때 후회의 감정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저녁에 일이 되겠지. 지금 해야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깨끗해진 그릇들을 건조대에 올려놓고 나면 속이 후련하다. 싱크대 근처에 갈 때마다 마음이 찝찝해질 일도 없다.
온라인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묶음 단위의 상품은 담지 않는다. '아무리 유통 기한이 길어도 기한 내에 못 먹을 거야. 나중에 버리느라 후회하지 말고 하나만 사서 먹어보자'라고 생각한다.
후회 없는 선택이란 미래의 내가 좋아할 것을 택하는 일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후회의 순간'들을 걷어내고 있다. 미루는 일도 쓸데없는 소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후회보다 '오, 괜찮은데?'라는 감정을 더 많이 느낀다.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할 일을 빼곡히 적은 플래너도, 후회할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같은 강박이 아니다. 미래의 나를 위해 5초쯤 더 생각하고 결정하기. 딱 이만큼이면 충분하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선택들이 모여 나의 하루를 조금씩 더 나아지게 만든다. 비로소 내가 가장 행복한 하루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