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찜과 따뜻한 밥

2025

by 그레이스

Image by DONGWON LEE from Pixabay


1. 영화 리틀포레스트 한국판을 아주 좋아한다. 몇 번을 봤는지 모를 정도로.

특히 여주인공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 시골집에 내려와 먹는 첫 번째 끼니.

눈 덮인 겨울 밭에서 배추를 캐내 끓여 먹은 그 배추 된장국 장면이 나는 그렇게 좋다.

뜨끈뜨끈, 김이 나는 국물에 윤기 나는 하얀 쌀밥을 먹는다. 생각만 해도 속이 뜨끈해진다. 음식으로 위로받는 순간.


2. 어제는 남편이 지친 얼굴로 퇴근을 했다. 평소에는 회사일이 잘 티가 나지 않는 사람인데 그날따라 말수도 적고 집에 와서도 노트북을 놓지 못하는 걸 보니 괜스레 안쓰럽다. 사실 나는 식사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라 끼니를 그럴싸하게 챙기는 것, 맛깔스러운 음식을 하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다. 따뜻한 밥, 따뜻한 국이 사랑의 징표라고 여기는 친정 엄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만큼. 퇴근 시간이 늦어져 여러 번 덥히기를 반복한 저녁을 차려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좀 더 정성을 들여볼걸. 밥이라도 새로 할걸..


3. 오늘은 냉동실에서 삼겹살을 꺼내 해동시키고 잘 익은 김치를 꺼냈다. 삼겹살을 두툼하게 썰고 김치와 함께, 부들부들 잘 넘어가는 두부도 넉넉히 넣어 푹 끓여 만든 김치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따뜻하게 밥도 해두고. 빨리 와서 밥에 척척 얹어서 먹었으면 좋겠다.


4.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달라진다. 같이 회사 생활을 할 때는 함께 고민하고 답을 내려고 했다면, 지금은 말 대신 김치찜을 만들고 밥을 짓는다. 힘든 일은 훌훌 털고 집에서 만큼은 두둑이 먹고 쉬었으면. 남편을 위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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