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나는 작지만 세심하게 키워온 사교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 줌의 소중한 친구들이 있고, 사랑하는 언니가 있다. 그들의 존재와 지지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1.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고등학교 때 만난 가장 친한 '베스트 프렌드' 한 명과 회사에서 만난 5명 내외의 지인이 퇴사 후에는 친구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면 기를 빼앗기는 전형적인 'I'성향이다 보니 마흔이 넘어 남은 친구가 (아무리 늘려도) 10명 남짓이다.
2. 그래도 후회는 없다. 친구는 많지 않지만 모두들 깊은 관계이기에. 누굴 만나도 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정도는 되는 사이들이라 마음이 든든하다.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도, 설령 연락이 오래 끊긴다 하더라도 전화해서 '뭐 해?'라고 하면 '응, 그냥 있었어. 언제 만날래?' 할 수 있는 사람들.
3. 가장 친한 친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다. 거의 나의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친구다. 학교 앞 떡볶이를 낄낄거리며 함께 먹고 별일 아닌 것에도 웃고 싸우며 10대부터 30대를 지나 이제 40대를 함께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번 만나면 두 끼를 먹고 카페도 두 번을 가야 끝나는, 그러면서 헤어질 때 '전화할게'를 외치는 그런 만남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4.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1박 2일로 그 친구를 만났다. 수원에 사는 친구의 안내에 따라 행궁동에 가서 예쁘고 좋은 곳들을 눈에 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각자의 아이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등등 할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5. 친구네 집에 와서는 약 20년 전쯤 찍은 사진들을 꺼내보았다. 앳된 얼굴, 상기된 표정,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 시절이 사진 안에 오롯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마음을 그대로 가진 채 나이가 들어버린 우리가 있었다.
6. 마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늘 하는 '마음은 훤하다'라는 말. 그 말이 정말이다. 내 마음은 아직도 내가 가장 빛나던 시절 그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마음은 훤하게.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한 친구가 지금도 곁에 있다. 1박 2일이 순식간에 지나고 돌아오는 길. 역시나 우리는 할 얘기가 남았다. 집에 가서 연락해! 를 외치며 돌아섰고 도착해서 또 긴 카톡을 이어간다. 아마도 50살이 돼도, 60살이 돼도 이렇겠지.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다.
7. 내 일상에 반짝 불을 켜주는 존재, 친구. 우리 앞으로도 너무 많이 변하지 말자. 우리가 꿈꾸는 청량하고 밝은 할머니가 꼭 돼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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