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일신잡담

by 꿈꾸는 엄마


옛 유산일 것만 같은 일이 현실이 될 뻔한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까지 sns를 들락날락거리다가 계엄선포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영상을 보면서 현실감각이 무뎌지는 체험을 했다.

말도 안 되는 페이크 영상을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이 만드는 말도 안 되는 세상이구나 생각했다.


거짓 같은 현실이 사실이란 걸 알게 되고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졌다.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 지나서는 화가 났다가, 시간이 갈수록 무서워졌다.

설마 했던 일들이 모두 현실로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번에도 거리로 나가 세상을 다시 한번 바로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식인, 유명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소신 있게 이 사태를 꼬집고 각성하게 만들 거라 기대했던 분들이 목소리를 낼 때는

‘그래 세상이 아무리 미쳐 돌아가더라도 국민들이 반듯하면 반드시 이겨내리라’ 희망적은 생각에 안심했다가

믿었던 사람들이 침묵할 때는 실망스러웠고 심지어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다는 듯, 일상의 유흥을 아무렇지 않게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얼마쯤은 한심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쩌면 누군가는 내 침묵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민망해졌다.

마음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이 수천수만 가지였지만 논리 없이 감정만 앞서 주절거리다가 상대에게 약점만 드러내고 말 것 같아서. 걸고 넘어갈 빌미만 주고 말 것 같아서.

나 같은 사람은 입을 다무는 것이 연대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라고, 말한다면 구차한 변명일까.


용기를 내어 소신을 밝힌 유명인들에게 사람들은 찬사를 보냈다. (반대쪽은 야유를 보내고)

한편으론 소리 높여 비판해 주길 바랐던 사람들이 침묵을 택했을 땐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정치적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았거나, 아예 정치적 입장이 없거나, 혹은 무엇이 옳은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침묵은 죄악시되어 돌팔매질이 시작될 참이었다.

나 역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용기 내어 이 상황을 규탄해 주길 바랐던 참이라 어느 정도 동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문득,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한 마디씩 댓글을 달고, 모두가 광장으로 나가 팻말을 들고 소리 높여 외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참 섬뜩한 일이 아니겠는가.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면. 침묵이야 말로 강력한 저항 아닐까.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침묵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 그야말로 무고한 파리 시민들이 평온한 일상 중에 말도 안 되게 희생되었고 온 세계는 분노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좌절하거나 분노하기를 바랐을 상대에게 보란 듯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기어코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친구를 만나서 차를 마시고, 외식을 하고, 예약한 연극을 보고 노래를 부르며, 미술관에 가 작품을 감상하며 감동했다.

최선을 다해, 서로가 서로에게 미소를 지어 보냈다.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으로, 우리는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침몰하지 않는다, 좌절하지도 미쳐 날 뛰지도 않는다, 너희들의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은 행동에도 나는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결국은 가장 옳은 방법으로 너희들을 처벌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두려움과 분노 앞에서 들뜨지 않고,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걸도 충분히 우리는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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