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주년 광복절이다. 8월 15일을 비장하게 맞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사는 동안은 부끄러움 없이 친일파를 이야기할 수 없을 거로 확신했다. 욱일기 붙인 자동차, 일장기 내건 아파트 주민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도 그저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이겠거니 여기고 말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독도 군사 훈련 (22년, 한미일 훈련으로 바뀌면서 자위대가 욱일기를 내걸고 참여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비공개로 진행했는데 올해는 계속되어 온 독도 방어 훈련 계획조차 없다고 한다.) 강제 노역 언급 없이 최근 사도 광산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굴욕 외교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게다가 안국역과 잠실역에 있던 독도 조형물이 안정상의 명목으로 철거되었다.
인간의 기억이란 믿을게 못 된다. 쉽게 왜곡되고, 조작된다는 걸 알고 있다. 개인의 과거도 수시로 편집하고 미화하려는 게 인간인데 한 민족의 역사는 어떠하겠는가. 호시탐탐 사실과 진실을 경계를 흐리고, 자의적 해석을 덧붙여 날조하고 다수의 기억을 바꾸어 미화하려는 시도를 멈출 리 없다.
참담하다. 독립운동가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상식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방송통신 위원장이 청문회에서 보인 행동은 불쾌함을 넘어 모욕감이 들게 했다. 그녀는 일제 성노예 사건에 대해 논쟁적 사안이라 했다. 오염수는 처리수이며, 친일파 논쟁을 사상의 자유라고 답했다.
독립기념 관장으로 임명된 이는 뉴라이트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첫 임무로 친일파 명예 회복을 선언했다. 자신의 말을 수시로 부정하고 행동과 말의 불일치에 당당했으며 독립 기념관 광복절 경축식마저 취소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승인하지 않았고 관리자와의 의사소통 문제였다고 답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왜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최소한 자존심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이 시대가 저물면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주류 역사를 기록할 승자는 어느 쪽일까. 친일은 '일본과 친한 정도'의 의미로 이미 희석된 듯하다. 이 보다 더한 일도 생기지 않을까? 위기감이 엄습한다.
친일, 매국, 숭일, 뉴라이트가 무엇이 다른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자료를 검색하다가 광복회에서 정의한 뉴라이트 글을 찾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사는 "건국전쟁 옹호하면 뉴라이트? 친일 딱지 붙이는 광복회"라는 기사를 냈고, 다수의 블로그에서 이를 받아썼다. 판을 벌여 놓은 국가 수장은 "먹고살기 힘든데 국민에 건국절 논쟁 무슨 도움이 되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202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아수라장이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을 믿는다.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던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