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난다. 2013.

by 묻는 사람 K

'왜 저렇게까지 변했을까' 화가 나다가도, '세월에 장사 없는 거지'하며 체념한다. 차마, 내재했던 면이 환경과 상황이 바뀌면서 드러난 거라고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애꿎은 세월 탓만 한다. 그래도 '한 때는' 중요했던 대상이었으므로 함부로 폄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품위 있는 노년'이란 '유쾌한 염세주의자'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여겨왔다. 생물학적 능력이 기능을 상실해 갈 뿐 아니라 사회관계가 축소되고, 문화 소외는 심해지는데, 서럽고 조급 해지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기운이 없으니 쉬이 짜증 나고, 언성도 높아질 테지. 두세 번 들어도 기억하기 힘든데, 품위까지 지키라니... 그게 가당하기나 한가.


하여, 삶의 태도를 재주넘듯 바꾸어도, 수시로 논리를 이탈하면서 고집 피워도 '그래, 노화란 이런 거야'라며 받아들였다. '제발 당신만은' 하며 기대했고 간혹 실망했지만, 나 역시 어떻게 변해갈지 장담할 수 없으니, 자신 있게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간 보여왔던 정체성을 뒤집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그의 모습이 아직 낯설다. 날카롭던 지성과 탄탄한 논리는 어디로 가고, 무엇이 그를 분노에 휩싸여 표독스럽게 변하게 한 걸까. 이 과정도 피할 수 없는 인간사라는 걸 배워야 하는 순간인 걸까?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미운 마음이 들어서 괴롭다.

‘밤이 선생이다.’를 꺼내 들고 출근길에 올랐다.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 고압적이지 않은 문체가 마음에 들어 종종 꺼내 읽었고, 주변에 소개했던 책 중 한 권이었는데, 이렇게 마음이 곤죽일 때면 선생님 글이 더욱 더 귀하게 여겨진다.


최근 쏟아내는 글과 말마다 반복해서 나이를 거론하고 있는 나는, 여전히 나이를 감당하며 사는 게 버겁나 보다. 나이 강박이 심해질수록, 윗세대를 기웃거리게 된다. 황현산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남겨진 글을 읽을 수 있는 건 참으로 다행이다. 꼿꼿하게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소통하는 균형이 마음을 다잡게 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 들어가는 일에 기대를 품게 된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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