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 난다. 2013.
'왜 저렇게까지 변했을까' 화가 나다가도, '세월에 장사 없는 거지'하며 체념한다. 차마, 내재했던 면이 환경과 상황이 바뀌면서 드러난 거라고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애꿎은 세월 탓만 한다. 그래도 '한 때는' 중요했던 대상이었으므로 함부로 폄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품위 있는 노년'이란 '유쾌한 염세주의자'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여겨왔다. 생물학적 능력이 기능을 상실해 갈 뿐 아니라 사회관계가 축소되고, 문화 소외는 심해지는데, 서럽고 조급 해지는 건 당연한 게 아닌가. 기운이 없으니 쉬이 짜증 나고, 언성도 높아질 테지. 두세 번 들어도 기억하기 힘든데, 품위까지 지키라니... 그게 가당하기나 한가.
하여, 삶의 태도를 재주넘듯 바꾸어도, 수시로 논리를 이탈하면서 고집 피워도 '그래, 노화란 이런 거야'라며 받아들였다. '제발 당신만은' 하며 기대했고 간혹 실망했지만, 나 역시 어떻게 변해갈지 장담할 수 없으니, 자신 있게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