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사람 2.

by 묻는 사람 K

2018년 10월 4일 새벽 2시경, 거제에서 폐지 줍던 50대 후반 여성이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초반 가해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어머니와 누나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과 입대를 앞두고 있어 심리적 압박이 컸다고 했다. 기억나지 않는 사건에 관해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놀라운 후속 기사를 읽었다.


대한민국 판사 권한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왜 가해자는 피해자가 아닌 판사에게 용서를 구하는지, 그러면 왜 죗값이 경감되는지, 반성하고 있다는 것과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받아들이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어쨌거나 그는 1심과 2심 모두에서 20년 형을 받았다.


피해자는 삼십 여분 간 폭행당했다. 죽을 만큼 맞았다. 던져지고 밟히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받고 다시 밟히고, 하의가 벗겨지고, 머리채를 잡힌 채 도로에 끌려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맞다가 서서히 죽어갔다. 가해자 박씨는 행인에게 자신이 경찰이라며 그들을 돌려보냈고, 피 묻은 운동화를 인증샷으로 남겼으며, 사람이 죽었을 때의 반응을 검색했다.


만기 출소를 하면 박씨는 마흔한 살이 된다. 운이 좋아 모범수로 감형받으면 삼십 대에 사회로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초범이라서, 심신 미약이라서, 우발적인 범행이라서,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유족과 합의 이루어져서와 같은 이유는 다행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한민국 법에서 정한 형량은 여전히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해자 박씨에게 내려진 판결은 지극히 상식선이다. 형량이 높아진다고 범죄율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연구를 알고 있다. 이를 근거로 범죄인에게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몇몇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보다 범죄자는 훨씬 부지런하고 빠르게 진화한다.

선한 의지를 품은 이들이 다수라고 믿는다.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교화 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소수가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행위 이상의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행동에 대한 만큼 책임져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을 말하고 있는 거다.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향해 선택할 몫일뿐 누구도 대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용서 여부는 죗값에 영향을 미칠 사안도 아니다.

길바닥에서 서서히 죽어간 이와 스물한 살 가해자 박씨의 잔혹한 행위와 그에게 20년 형을 준 판사와 여태 50년 이전의 법령을 지속하고 있는 게으른 유관 집단과 관용, 인권을 선택적으로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기억할 것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쓰고, 떠들며 소환할 것이다. 기억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며 잊히지 않아야 조금씩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의 힘을 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억하는 사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