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라! 동네 책방

by 묻는 사람 K

책을 읽은 이후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후 북스'를 시작했다는 황부농씨를 만났다. 신촌과 홍대 사이 후미진 골목을 지나 '잘못 찾았나?'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싶은 마음이 들 때쯤 도착한 10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하얗게 칠해진 페인트 벽에는 정갈하고 정교하지만, 직접 만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책장이 배치되어 있었다. 어떤 규칙 혹은 약속이 적용되지 않아 보이는 책의 진열 탓에,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며 책을 고르는 일이 조금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공간이 만들어 놓은 불규칙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의 동선을 짐작해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서점에는 분홍색 남방을 맨날 입어서 황부농이 되었다는 저자 겸 책방 운영자와 상냥해서 별명이 붙여졌다는 상냥이(동업자겸 독립출판 운영), 영월에서 이후 북 스테이를 운영한다는 작은 체구의 젊은이가 함께 있었다. 세 사람 모두 비슷한 연령 같아 보였다. 비슷한 체구,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 역시 서점의 일부인 듯 느껴졌다. 책방을 운영해 온 지 4년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보니, 여타의 독립 서점과 비교해 상당히 많은 책이 있는 쌓여 있는 게 이해되었다. 책을 팔아서는 운영이 어렵다는, 임대료 고충 때문에 공간을 넓힐 수도 없고, 좁은 공간 탓에 수익성 좋은 음료를 판매할 수도 없다는 푸념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았다.


현재는 독립 출판을 같이하고 있으며 펴낸 책이 제법 잘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안심되었다. (이 웬 오지랖인가.) 청춘의 좌충우돌 사업 기를 듣는 일은 신기했고, 추진력이 대견했고, 성실함이 놀라웠다. 본인들은 아무 전략 없이 시작했고, 망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지금껏 버텨왔다고 했으나, 공간 구석구석 그들의 성실함과 영리함이 묻어 있었다. 20대부터 40대 여성이 주 고객인 이후 북스는 단골의 욕구와 기호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그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 전략도 덤으로 내놓았다. 역시 노련한 프로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함께 갔던 분은 '자주 오게 될 것 같진 않아',라고 나지막이 말씀하셨고 나 역시 단골이 될 것 같진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삼켰다. 단골이 되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예감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성실함이 좋았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 (나는 성실한 사람을 지나치게 좋아하고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주로 알라딘 서점을 이용해 책을 구매하지만, 동네 서점이 더 많이 생기고, 좀 더 오래 견뎌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티끌만큼의 도움을 보태기 위해, 가끔 서점 순례를 하며 책을 한두 권씩 사 오곤 했던 나는, 이번에도 준비해 간 오만 원으로 그만큼의 책을 골라 담았다. 독립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고르려다 결국 김애란 작가의 <잊기 좋은 이름>, 은유 작가의 인터뷰 책, 우치다 타츠루< 곤란한 성숙>을 선택하고 말았으나, 독립출판사 책이 많이 팔려서, 이 공간이 아주 오래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인. 이후 북스 책방 일기. 황부농쓰고 서귤그리다. 알마 출판사. 2018 -> 재미있습니다. 많이 읽어 > 사주세요. (이 또한 웬 오지랖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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