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is the best

by 묻는 사람 K

여섯 살 민경이가 어린이집 입학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순하디 순한, 낯가림도 심하고, 수줍음도 많은 아이가

첫 사회생활이자, 집단에 적응할 수 있으려나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때의 나는 세상에는 좋은 사람,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이 골고루 섞여 있다고 생각했고, 내 주위라고 해서 선한 사람만 있을 거라는 착각은 위험하다고 여겼더랬다.


아이가 맞닥뜨릴 세상이 만만치 않게 생각되었으므로, 수시로 민경이를 앉혀두고 단속했다.

"친구가 장난감을 뺏으면 어떻게 하라고?"

"하지 마!라고 말해."

"아니 좀 더 세게 말해야지. 손바닥을 펴고, 하지 마!"

"이렇게?... 하지 마!"


효과를 확신할 수도 없었고, 정작 아이를 위한 행동인지도 몰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민경아! 친구가 때리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용서해"

"......"


난감해하는 나를 제치고, TV를 보시던 어머니께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씀하셨다.


"무슨 소리야! 너도 콱! 때려야지!"


애한테 그렇게 가르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인상 쓰며 말했지만, 명쾌하고 확실한 방법이자, 내가 진심으로 원한 대처라는 것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그러셨고, 지금도 그러하시다. 불일치함에 우물쭈물하기보다 신념과 생각과 행동을 일치하는 태도를 보이신다.

"눈에서 나오면 눈물이고, 코에서 나오는 물은 콧물이잖아. 그런데 입에서 나오는 건 왜 물이 아니고 침이야?"라고 물었을 때, 어머니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말씀하셨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침이라고 알아둬!"


의문을 품어야 할 때와 무조건 수용할 때를 분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누군가 확신을 갖고 정리해주길 바랄 때도 많다. 바람 소리에도 발걸음 멈추고, 떨어진 낙엽을 한없이 곱씹는 아버지 DNA만 물려받은 게 아니라서 요즘 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거짓 정보에 좌절하고, 성찰 없이 반성하고, 당당함과 무례함을 착각하고, 선택적으로 분노하고, 불의는 외면한 채 정의를 논하고, 시시한 것에 몰두하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위장하기 급급하니, 어정쩡한 태도로 밖에 살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즘의 나는, 서둘러 용서하는 사람을 경계한다. 용서의 주체도 아니면서 나서는 이를 혐오하고, 부추기고 강요하는 인간을 증오한다. 한 대 때리면, 똑같이 때려 주는 게 좋다. 자기 보호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의이고,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 따위로 비겁함을 합리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인간애를 발휘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맥락 없이 성찰해서 다수를 공경에 빠뜨리거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타인을 위험에 몰아넣는 건 영화 소재로도 질색이다. '아무 때고 나서지 좀 말아라. 사과는 니 몫이 아닌 것처럼, 용서도 당신 몫은 아니거늘!'

오랜만에 영화 더 이퀄라이저를 다. 확실하고 군더더기 없는 응징에 박수를 보내며 뿌린 만큼 거두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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