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아래,

일하는 틈 사이, 마음도 잠시 쉬어갑니다

by 그레이스


며칠 전, 예고 없이 하루의 휴일이 생겼다.


잠깐의 쉼이 주어진 그날, 나는 조금 늦잠을 자고, 남은 에너지로 욕실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벽과 바닥에 비누칠을 하고, 락스로 소독을 마치고 나니,

잠시 현기증으로 어지러웠지만 마음은 기분 좋게 개운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일상 속에서,

점심시간 즈음 짧은 틈이 생기면, 일터 근처의 그늘길을 걷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걷기 좋았던 시간, 이제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산책로는 쉽게 지친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런 날엔 도서관 옆, 나무가 길게 드리운 조용한 길을 택한다.


걸으면서 사람들을 본다.

이어폰을 끼우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


나는 책 읽는 사람에게 시선이 잠시 고정되었다.

그 사람이 궁금한 게 아니라, 그가 읽는 책이 궁금해진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점심시간의 짧은 틈에도 저렇게 빠져들 수 있을까.


오늘은 특히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와이셔츠를 입고, 크록스 슬리퍼를 신은 남자.

단정한 셔츠와 느슨한 신발,

그 상반된 조합은 묘하게 자유로웠다.


책 속에 깊이 빠진 그의 모습은

정말 쉬고 있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얼굴이었다.

아무것도 과장하지 않은 얼굴,

자기만의 호흡으로 충전 중인, 그런 순간.


,



세계보건기구(WHO)는 말한다.

성인은 일주일에 최소 150분,

하루 20~30분 정도의 신체 활동이 필요하다고.


햇살을 피해 걷는 그늘길,

책을 읽는 타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신체 활동 시간도

잠시 나를 비추는 시간으로 내어주었다.



걷는다는 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마음에 숨을 돌리는 일이란 걸,
오늘도 이 짧은 산책에서 다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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