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안한 품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by 그레이스



나는 가끔, 학교 주차장 너머 오르막을 따라
도서관 5층, 가장 조용한 서가로 향한다


비교적 높은 지대에 놓인 그곳은

한낮의 햇살을 통유리 너머로 넉넉히 받아들이고,

그 빛은 다시 선택된 책등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창밖으로는 강물이 시내를 유유히 가로지른다

계절에 따라 그 윤곽이 달라지고,

빛의 농도에 따라 마음의 결도 달라진다

책상 앞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서관은 어느새 자연이 그려낸 조용한 미술관처럼 다가온다


이따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서가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그곳은 어느새 조용한 음악회장으로 변모한다

책과 햇살, 음악이 교차하는 이 고요한 장면이

삶의 어느 구절보다 따뜻하고 단정하게 다가온다.


그 공간은 내게 도전의 장소이자, 위로의 장소다

쉼의 장소이자,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자리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감각을

조용히 회복시켜 주는 곳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나는 그곳을 향한다

바깥의 세계가 흐르고, 내면의 사유가 가라앉는 곳

책장을 넘기는 소리, 빛의 기울기, 음악의 호흡.

그 모든 것이 나를 품는다


나의 가장 편안한 품이 있어 눈물겹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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