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

그러니까 결국은

by 그레이스


며칠 전, 어느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주 흔한 말인데, 그날따라 유독 귀에 걸렸다.

닮은 사람끼리 어울린다.

참 그럴듯한 말이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늘 비슷한 사람을 찾는다.

말이 통하는 사람, 리듬이 맞는 사람,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

그렇게 조금씩 곁을 좁혀가고,

자연스레 서로를 내 사람 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동안 내게 머물렀던 많은 관계들을 떠올려본다.

처음에는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웃음도, 말투도, 때로는 감정의 방향까지 비슷하다고 여겼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면 나도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관계는,

닮았다고 해서 끝까지 같은 결을 유지하지는 않았다.

조금씩 어긋나는 것들은 대화보다 침묵 속에서 먼저 드러났고,

그 조용한 어긋남을 애써 외면하다 보면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사람 곁에서 한 발짝 물러서고 있었다.

변명도 없었고, 다툼도 없었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고 믿었던 감각이

서서히 무뎌졌을 뿐이다.


그때 알게 되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상태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닮지 않은 사람은 곁에 남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걸.

관계는 억지로 붙잡는다고 해서 유지되지 않고,

닿지 않는 결은 스스로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이 말은

사람을 가려 만나야 한다는 조언이기보다는,

그저 관계의 흐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하나의 이치일지도 모른다.


서로가 잘 맞는다고 여겼던 날이 있었다.

그런 날들이 틀린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시절의 닮음이 지금은 아닐 뿐.

서로가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걸

더는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유유상종.

이 말은 이제

어떤 만남을 구분 짓는 말이 아니라,

조용히 걸음을 옮기며 떠올리는 말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러면서도,

닮지 않은 사람과 멀어지는 일에도

예전만큼 서운해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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