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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리듬 찾기

숨 고르기

by 그레이스


한 주를 꽉 채우고서야 비로소 맞이하는 주말 아침. 알람에 쫓기지 않고 늦잠을 허락하는 시간은 얼마나 달콤한가. 눈을 떴다가 다시 감고, 몇 차례 이어 붙인 잠의 부스러기조차 특별한 휴식처럼 느껴진다. 삶에서 가장 큰 호사란 어쩌면, 해야 할 일을 잠시 미루고 내 몸을 온전히 쉬게 두는 순간일지 모른다.


간단한 브런치를 마친 뒤, 밀린 일을 하다 말고 나는 친정엄마의 운동 시간에 맞춰 수영장으로 향한다. 물 위에서 다람쥐처럼 빙글빙글 한 시간을 돌다 보면, 그것이 내 운동인지 엄마의 동무가 되어드리는 일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사실 나는 저녁 운동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주말의 한낮을 내어 엄마 곁에 있다는 것은, 언젠가 이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한 마음 같은 것이다. 삶은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접시 하나에 모두 담아낸다. 설거지 그릇이라도 줄여 시간을 벌어보려는 요량이다. 예전에는 그릇을 늘어놓고도 개의치 않았는데, 지금은 작은 선택 하나가 하루의 숨을 고르게 한다. 시간은 거창한 결심으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릇 하나를 덜어내는 사소한 지혜 속에서 삶의 균형이 만들어진다. 작은 선택들이 쌓여 결국 하루의 빛깔을 바꾼다.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고, 창밖으로 해가 기울어간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나는 예전처럼 앞서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제는 적당히 찬찬히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빠르다고 해서 더 많이 살아내는 것도 아니고, 느리다고 해서 덜 살아내는 것도 아니다. 인생의 진짜 속도는 ‘빨리’와 ‘느림’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충실하게’에 달려 있다.


나는 여전히 앞서 나가려는 습관과, 천천히 걸음을 늦추려는 삶의 지혜 사이를 오간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알고 있다. 흘리고 다니는 바쁨보다 실속 있게, 숨 고르며 사는 것이 내 정신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세월은 앞서가려는 마음을 누그러뜨렸지만, 삶을 붙잡는 힘은 오히려 깊고 단단해졌다.


주말 하루를 가득 채운 이 소소한 선택들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의 모양일지도 모른다. 그 모양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빠르지는 않지만 오래간다. 언젠가 이 하루들을 돌아볼 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천천히 살며, 충실히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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