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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음식이 건네는 포실함

식감 여행

by 그레이스




주말이면 아이들이 잘 먹는 음식을 해주고 싶다. 그러나 메뉴는 늘 한정적이다. 간단하면서도 모두가 좋아하는 것, 그 조건을 충족하는 건 언제나 떡볶이다. 나는 본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어떤 음식이든 두세 번쯤 맛보거나 책자에 나온 그대로 따라 하면 금세 재현해내는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여건은 “음식은 사서 드세요”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가끔은 직접 끓여내는 떡볶이가 주는 위안을 놓치고 싶지 않다.


떡볶이는 단순한 분식이 아니다. 그 뿌리는 오래전 궁중의 상차림에 닿아 있다. 조선 시대에는 간장으로 간을 맞춘 담백한 궁중 떡볶이가 있었고, 1950년대 신당동의 어느 골목에서는 고추장과 떡, 어묵을 넣어 끓인 매운 떡볶이가 세상에 나왔다. 그 이후 떡볶이는 시장과 길거리, 그리고 우리의 부엌에서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국민 음식이 되었다.


붉게 끓어오르는 떡볶이 한 그릇의 칼로리는 대략 300에서 500kcal 남짓. 겉은 자극적인 붉은 국물이지만, 속은 쫀득하고 포근한 떡살이다. 우리는 알면서도 젓가락을 멈추지 못한다. 그것은 단순히 열량을 삼켜내는 일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추억과 위안까지 함께 먹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두가 더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감자 전분이 들어간 만두피는 쫀득하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아 찌거나 굽거나 찌개에 넣어도 본래의 형태를 지킨다. 만두 하나의 칼로리는 70~90kcal 남짓이지만, 그 작은 속에 고기와 채소, 양념이 어우러져 한입의 풍요를 이룬다. 떡볶이의 매콤함과 만두의 담백함이 만나면, 그것은 더 이상 간식이 아니라 완성된 한 끼가 된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건 음식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떡볶이의 붉은 빛은 불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 숨은 떡은 오히려 따스하다. 사람의 마음도 자극적인 겉모습 안에 부드러운 속내를 품고 있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소박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묘한안도감을 얻는다.


떡볶이와 만두, 이 작은 음식이 건네는 포실함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국물을 덜어주고, 달걀을 나누며, 만두를 서로의 그릇에 얹어주는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연대와 온기를 확인한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허기 대신 남는 것은 웃음의 흔적, 그리고 다시 일상을 견뎌낼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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