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 팥빵

by 그레이스



팥빵은 어릴 적부터 먹어온 빵이다. 어느 동네에나 있던 빵집, 유리 진열장 한쪽에 늘 놓여 있던 빵. 특별히 먹고 싶어서 고른 적은 거의 없는데,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도 늘 박스 안에 들어 있다.


사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계산대 앞에 서면 마치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담긴다. 팥에 들어 있는 영양을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습관인지, 미련인지, 오래 묵은 정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지인들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각자 다른 빵을 골라 들고 나서도 결국 팥빵 하나쯤은 당연하다는 듯 함께 들고 온다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서로 아무 말 없이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팥빵은 맛이 없지도,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다. 첫입에 감탄이 나오지도 않고, 다 먹고 나서 다시 찾게 되는 빵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늘 자리를 지킨다.


집에 돌아와 봉지를 풀면 새로 산 빵들 사이에서 팥빵은 조용히 중심에 놓인다. 말이 많지 않은데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처럼.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눈에 띄지 않고, 굳이 설명할 일도 없지만 늘 곁에 있고, 결국은 중심을 차지하는 것들.


팥빵은 오늘도 가장 화려하지 않은 얼굴로 주인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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