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이 간질간질

by 그레이스


새벽 즈음, 무릎이 간질거려 살펴보니 손바닥만 한 알레르기가 붉게 피어 있었다. 몸은 늘 말보다 먼저 신호를 보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하루의 식탁을 되짚어보니 매일 먹지 않던 과일 하나가 떠올랐다. 식탁 위에 씻어 놓은 체리를 오가며 집어 먹으며 하루를 보냈던 일. 그것이 원인이었을까, 확신 없는 의구심만이 맴돌았다.


체리 알레르기라니. 병원에서는 흔히 알러지라고 부르는 말이지만, 막상 그 반응이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낯설다. 알레르기는 몸이 익숙하다고 믿어온 것을 갑자기 낯선 것으로 오인할 때 나타난다. 어떤 것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것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몸의 경계에 걸려든다.


피곤할 때는 별것 아닌 것들도 알레르기의 핑계가 되는 것 같다. 괜히 심술이 나면 전혀 상관없는 일로 반응이 번지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사실은 이미 내가 지쳐 있었기 때문에. 잘 먹던 체리가 갑자기 나를 괴롭힌 것이리라.


다시 몸 곳곳을 살피니 체리를 집어 들던 오른손 등과 손목이 함께 붉게 피어올라 있다. 아무래도 그냥 가라앉을 기색은 아니다. 항히스타민제를 찾아 한 알을 삼키고, 지난번에 처방받아 두었던 스테로이드계 연고를 조심스레 바른다. 이만한 관리로 다시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다시 잠을 청한다.


최근의 다짐은 일찍 잠드는 것이지만, 몇 년째 이어진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후에는 짧게라도 눈을 붙인다. 5분이든 10분이든 피로가 풀리는 마법 같은 시간이다. 머리가 맑아지고, 그제야 다시 하루를 더 살아낼 여지가 생긴다.


주말을 앞둔 평일 오후부터 주어진 마음의 여유는 주일 오후가 되면 슬금슬금 조여온다. 쉬었다는 안도감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예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어떤 날은 평일의 일상이 기다려지기도 하는데, 그 즐거운 마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 걸까.


힘내자 말하고 돌아서면 방전된 몸은 충전을 요구한다. 요즘 읽는 책은 즐거움보다는 수면제에 가깝고, 아마도 추운 계절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탓일 것이다. 에너지가 추위를 막는 데 쓰이느라 다른 곳으로 흘러갈 여유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입맛마저 줄어든 나를 조심스레 위로한다. 그럼에도 식후의 커피 한 잔과 씹을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이 작은 위로가 되어 주어 다행이다.




위로는 무엇일까


말이 늘수록

고통은

더 외로워졌고


그 말들 사이에서

이유를 찾는 동안

아픔은

자리를 잃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 아픔 곁에 앉아 있을 때


어느 순간

고통이 아니라

그 침묵이 나를 붙들었다


그래서 위로는

설명이 아니라

떠나지 않음이었다